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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파스빈 Jul 16. 2024

김선우의 사물들

사물을 다시보기


지인의 추천 도서




오래간만에 동네 지인들과 술자리를 함께할 기회가 만들어졌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각자 읽었던 책중 기억에 남는 책, 추천하고 싶은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고 그중 한 지인으로부터 ‘김선우의 사물들’이라는 책을 추천받았다. 사물 즉, 우리가 일상에서 대하는 물건 중 하나를 예리한 통찰력으로 바라보고 설명해 놓은 책이란다. 순간 그 책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다. 생활에 존재하는 물건 하나에 대하여 어떤 통찰력으로 어떤 글들이 쓰여 있을까?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바로 '김선우의 사물들'이라는 책을 주문했다. 긴 기다림도 버거웠는지 책은 다음날 바로 현관문 앞에 도착해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반갑게 책을 받아 들고 기쁜 맘으로 순서를 훑어보았다. 




모두 20가지의 물건에 대한 이야기였다. 모두 일상에서 보고 만지고 경험하는 물건들이 소제목으로 달려 있었다. 어떤 이야기들이 숨어있을지 호기심어린 눈으로 하나씩 읽어 내려갔다.  2002년 봄부터 격월간지에 연재가 되면서 무려 3년 4개월간의 사물 하나하나에 대한 통찰이 글로 승화되어 있었다. 글의 표현들이 너무 섬세하고 예리하며 통찰력 또한 너무도 심오했으며 옮겨진 단어 하나하나에서 느끼는 감정들이 내 마음을 절절히 울려왔다. 이름만 봐서는 남자 작가인줄 알고 남자에게 이런 섬세함이 있구나하며 읽었다. 이러한 의문은 글 중간쯤 가서 해결되었다. 작가는 여자였다. 그럼 그렇지 여성작가만이 가질 수 있는 너무도 섬세한 감정의 터치가 돋보였다.







거울의 비밀


두번째 주제 거울의 비밀에서 작가는 중학생시절 거울에게 장차 사랑하게 될 운명의 사람을 만나기 위해 달밤에 칼을 물고 마음으로 그 운명의 사람을 보여달라 간청하며 거울 앞에 서 있다. 칼을 물고 서있는 자신의 모습에 무서워 도망친 그날밤 작가는 거울 속의 자신의 모습만 보았을 것이다. 나는 그날 작가가 거울 속에서 본 무서운 얼굴이 앞으로 죽는 날까지 사랑하게 될 바로 자신임을 작가는 그 어린 나이에 이미 알아버린 거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작가는  물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던 그리스로마신화속의 나르키소스 이야기를 통해 물이 거울의 기원임을 말한다. 기억하진 못하지만 나 자신도 나를 바라본 것은 아마도 물이 아니고 거울이 먼저였을 거이다. 그때 난 내 모습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는지 궁금해진다.  

물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너무도 사랑했던 나르키소스는 결국 그 모습이 자신이라고 깨닫고 물속으로 자신을 던지고 만다. 물결이 일렁이며  나르키소스는 사라지고 잔잔한 파문만 남았을 것이다. 


연못 속의 사랑했던 그가 자신임을 깨닫는 순간, 나르키소스의 마음은 비통한 절망으로만 기울었을까. 나르키소스를 기록한 많은 이야기들은 대부분 비극적 파국과 암담한 절망을 말한다. 그러나 내 마음은 자꾸만 나르키소스에게서 민감한 영혼을 지닌 시인을 읽고 자기 존재의 이면을 보고자 했던 철인의 모습을 읽는다. 하나의 풍경에 그토록 오래도록 그토록 지극하게 매료되지 않고서는 풍경의 저편을 깨달을 수 없다. 나르키소스의 연못은 나르키소스를 삼킴으로써 자신을 완성했다. 그토록 오래 누군가를 사랑하여 마침내 자신을 깨달은 나르키소스는 죽고, 예언은 완성되었다. 자기 자신을 깨닫기 위해 죽음을 치러내야 했던 거울의 기원은 순결하다. -김선우의 사물들 인용




우리는 거울을 응시하며 거울 속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가 바로 나 자신임을 이미 알고있다.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죽음으로 다다르지 않고도 그가 나임을 알게 됨은 나르키소스의 죽음의 신화가 우리에게 남겨준 축복은 아닐까? 이제 우리는 거울속에 비친 자신을 살아있음으로 바라볼수 있다는 축복을 받았고 이제는 바라보는 거울 이면의 세상을 바라보는 통찰력으로 세상을 살아가야하지 않을까!
자기애의 극단으로 죽음을 선택했던 나르키소스의 죽음으로 우리는 자기애의 기만이 아니라 자기를 사랑하는 방식에 통찰력을 집중하고 이토록 소중한 자기를 사랑하는 방식으로 남 또한 사랑해야 하지 않을까!
거울 속에 비친 자신과 거울속 자신을 둘러싼 관계하는 모든 사람들을 배경으로 모두가 환하게 웃고 있는 일만 남았다. 내가 바라보는 거울엔 그런 모습이 비치길 나는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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