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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파스빈 Jul 16. 2024

스토너, 존 윌리엄스 장편소설

우리는 누구나 스토너다






6년간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그 독서모임에서 자기 계발서 위주로 많이 읽고 토론을 해오고 있다. 최근엔 개인적으로 인문학, 예술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관련분야 서적을 구입하여 읽고 있다. 어느 책에서 우연히  어느 작가가 '스토너'를 추천하는 걸 읽었다. 그래서 어떠한 책인지 궁금하여 구입했다. 첫 몇 장을 읽고 장편소설이라 쉽게 읽지 못하다가 다른 인문서적을 읽느라 방치해 두고 있었다.  

그 사이 기억으로는 그다지 흥미로운 소설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계속 이책을 읽는데 마음이 가지 않았다. 주문한 인문서적을 모두 읽고 이제는 이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곤 이 책의 매력에 푹 빠져서 밤새 읽고 다음날 완독을 해 버렸다.

인문서적이 내게 주는 문체의 유려함과  하나의 사물과 사상을 바라보는 철학적 시선에 감탄하고, 작가의 통찰력에 경외심을 느끼며 긴 이야기의 소설이 주는 매력에 빠져 버렸다.  




작가 존 윌리엄스(1922-1994)의 작품 ‘스토너’



이 작품은 1965년에 발표될 당시 크게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으나 50년이 지난 후 다시 재조명되며 애독자를 낳은 작품이다.  
스토너라는 한 남자의 일생을 담담하게 그려나간 이소설은 세계 1차 대전과 2차 대전을 겪던 시기의 시대상과 스토너의 일상이 버무려지면서 만들어내는 스토너의 일대기에 대한 이야기이다. 평범하기만 한 스토너의 삶에 왜 많은 독자들이 애정을 쏟았을까? 그는 극적이며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사람은 아니지만 나는 그에 대해 묘한 동질감과 연민을 느낄 수 있었다. 

미국 어느시골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아버지의 일손을 도우며 농부의 삶을 살던 스토너는 아버지의 권유로 대학에서 농업을 전공하게 된다. 척박해지는 땅에서 소작을 늘리기 위한 기술을 배워오라는 아버지의 의지였고 스토너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대학에서 농업을 전공하게 된다. 하지만 스토너는 농업보다는 문학에 더 소질이 있음을 발견하고 문학을 전공하게 된다.  스토너의 인생 중 본인의 의지대로 판단하고 결정한 첫번째 사례이다.  이로 인해 스토너는 대학 교수가 되는 그의 운명의 단초를 스스로 만들어낸다. 대학 교수들의 파티에서 스토너는 운명의 여인을 만나게 되고 그녀와 결혼을 하게 된다. 이 역시 그의 의지가 만들어낸 두 번째 인생의 판단이었으나 결혼생활은 원만하지 않았다. 결혼 1년이 되는 즈음에 스스로 실패한 결혼이라고 결론 내리지만 결혼 생활을 파국으로 몰아가기보다는 운명에 순응하며 힘든 결혼생활을 이어간다. 딸 양육을 소홀히 하는 아내를 대신하여 딸의 엄마 역할, 아빠역할을 동시에 하며 결코 신세를 한탄하지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 나간다.




늙으신 부모님의 죽음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화합되지 않는 아내에 대한 부분마저도 운명으로 고스란히 받아들이며 그의 인생을 꿋꿋이 헤쳐나간다. 여제자와의 운명적인 사랑으로 교수직을 박탈당할 위기에도 놓이지만 여제자의 결단으로 위기를 모면하기도 한다. 정년퇴임을 얼마 앞두지 않고 갑작스레 찾아온 통증은 암으로 밝혀지고 그는 죽음마저도 운명으로 담담히 받아들이고 요란하지도 않게 지난날들을 회상하며 조용히 눈을 감는다.  

그의 전 인생을 돌이켜보건데 단 한 번도 운명을 거스러지 않으며 묵묵히 살아온 평범한 남자의 일생을 바라보며 평범하기 그지없는 삶을 살아가는 나의 인생과 결코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내가 쓰는 인생드라마 역시 독특하고 특출한 인생항로는 아니지만 내가 주인공인 내 인생을 묵묵히 살아가는 여느 인생과 다르지 않은 삶이라 여겨진다. 그럼에도 나의 삶이고 인생이기에 죽음이 생의 마지막을 고하는 그날까지 운명에 순응하며 혹은 저항하기도 하며 나는 나의 인생을 살아갈 것이다. 죽음 앞에 생의 의미를 묻기는 힘들 것 같다. 다만 살아있는 것 자체가 의미이며 그 의미에 내 삶의 무늬를 만들어가는 게 최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나는 아침을 맞이하고 저녁을 맞이하고 밤을 보낼 것이다. 또한 겨울을 보내고 다시 봄을 맞이할 것이다. 다시 찾아올 이 봄이 내게 몇 번이나 더 찾아올지는 모를 일이지만 올해는 더 애틋하게 봄을 맞이하고 싶다. 더 풍요롭게 봄을 만끽하고 싶다. 그것이 남은 삶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나는 지상에 존재하는 50억 개의 인생 중의 하나인 나만의 인생을 살아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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