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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를 해결할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하신가요?

그럴리가요

by 김영빈



1. 정말 해결자가 없는 걸까?

많은 스타트업 대표들이 말한다. “문제를 해결할 줄 아는 사람을 찾고 있다.” 실행력 있고, 알아서 방향을 잡으며, 빠르게 결과를 만드는 사람. 이른바 ‘문제 해결형 인재’다. 그러나 진짜 그런 사람이 없는 것일까? 세상엔 사람이 넘쳐나고, 이력서도 넘쳐나고, 일하고 싶다는 사람도 많은데. 그런데도 왜 스타트업은 사람을 못 구한다고 할까?

결국 문제는 둘 중 하나다. 정말 그런 사람이 없거나, 찾는 방식이 잘못되었거나. 그런데 한 발 더 나아가 보자. 혹시 애초에 ‘그런 사람’을 찾고 있다는 전제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닐까? 정말 스타트업에 필요한 게 ‘문제를 해결할 줄 아는 사람’이 맞는가? 어쩌면 그 말은 너무 추상적이고, 현실과 어긋나 있으며, 스타트업이라는 조직 형태에 맞지 않는 요구일지도 모른다.

현실은 이렇다. 문제 해결자를 찾고 있지만, 정작 문제가 무엇인지도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뽑는 사람은 “해결해줄 사람”을 찾고 있고, 지원자는 “무엇을 해결해야 하나요?”를 묻고 있다. 그런데 그 질문에 명확히 답해줄 수 있는 조직이 얼마나 될까? 이 불일치가 계속되면, 채용도, 조직도, 사람도 모두 제자리를 맴돌 수밖에 없다.


2. 스타트업은 문제를 해결하는 조직이 아니다

많은 스타트업이 문제 해결자를 원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스타트업이 당면한 과제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규명하는 것’이다. 애초에 문제 자체가 명확하지 않다. 시장은 불확실하고, 고객도 불분명하며,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제품의 본질조차 아직 정리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즉, 문제 해결보다 훨씬 먼저 해야 하는 일이 있다. 바로 문제를 ‘발견하고’, ‘구조화하고’, ‘정의하는’ 일이다.

스타트업은 기존의 조직처럼 ‘문제가 정해져 있는 상태’에서 최적의 해결책을 내는 곳이 아니다. 스타트업은 문제를 처음부터 다시 묻는 조직이다. 어떤 일이 불편한가? 어떤 습관이 왜곡되어 있는가? 사용자는 진짜 무엇을 원하는가? 이런 물음을 던지고, 그 답을 조금씩 구체화해 나가는 것이 스타트업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다. 이 과정이 없다면, 어떤 해결도 방향을 잃는다.

그러나 스타트업 창업자 중 상당수는 이 과정을 ‘실행력으로 덮을 수 있다’고 착각한다. 실행은 빠르지만, 그 실행의 방향은 모호하다. 결국 많은 스타트업이 ‘열심히는 했지만 어딘가 헛돌았던’ 시기를 겪게 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스타트업이란 말 그대로 ‘시작하는 기업’이다. 시작한다는 말은, 세상에 아직 존재하지 않는 문제의 윤곽을 잡는다는 뜻이다. 그 윤곽 없이 빠른 실행은 의미가 없다.


3. 바꿔야 할 질문, 새롭게 찾아야 할 사람

지금 스타트업이 해야 할 질문은 “문제를 해결할 줄 아는 사람은 어디 없나?”가 아니다. 그보다 먼저 해야 할 질문은 “우리는 지금 무엇을 문제라고 보고 있는가?”, “이 문제가 진짜 맞는가?”, “이 문제는 사용자에게 어떤 의미인가?”이다. 이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문제 해결이 아니라 문제 규명이 가능해진다.

따라서 스타트업이 진짜로 찾아야 할 사람은 문제를 빠르게 처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명확하게 보는 사람이다. 구조적으로 해석하고, 불확실한 것을 언어화하며, 상황을 질문으로 바꿀 수 있는 사람이다. 이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 이력서에 ‘결과물’로 드러나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들이 있어야만 방향이 생긴다. 방향이 정해져야 그다음의 실행도 가능하다.

많은 조직은 여전히 “당장 해줄 사람”을 원한다. 그러니 스펙은 쌓이지만 철학은 사라지고, 직감은 무뎌지고, 교양 없는 실행자만 양산된다. 시키는 일은 잘하지만, 아무것도 묻지 않는 사람들. 이것이 오늘날 시장의 일반적인 구도다.

이제 바꿔야 한다. 채용 기준도, 질문 방식도, 사람을 보는 관점도. 잘못된 질문이 잘못된 인재를 부르고, 잘못된 인재가 조직을 소모시킨다. 스타트업이 스타트업답게 성장하려면, 스타트업의 질문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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