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와 프로덕트의 오래된 문화 차이
농사는 인내가 필요한 작업이다. 씨를 뿌리고 기다려야 하며, 발아한 씨를 정성껏 가꿔야 한다. 그리고 충분한 시간을 기다려야만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세일즈도 이와 같다. 고객의 마음에 씨를 심어야 하며, 즉각적인 이득을 기대할 수 없다. 고객의 마음에 심은 씨가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심과 좋은 상호작용으로 가꾸어야 한다.
농사는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단기적으로는 태풍과 장마에 대비해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지구온난화 같은 변화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농부가 환경에 적응하는 것처럼, 세일즈도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가족 중심에서 개인 중심으로 변하는 소비 패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세일즈 환경, 산업적 제품에서 친환경 제품으로 선호가 변화하는 문화적 흐름에 맞춰 세일즈 전략도 준비하고 적응해야 한다.
세일즈는 농사와 같다. 씨를 심고 기다려야 하며, 변화하는 환경에 대비해야 한다. 농부가 흘린 땀만큼 곡식이 자라듯, 세일즈맨의 노력도 그에 상응하는 결실을 맺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농부의 땀이 배신하지 않듯이 세일즈의 노력도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생산을 담당하는 사람들, 즉 프로덕트 관련자들은 조금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목표 달성의 가능성이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철저히 조사하고 다양한 관점을 고려하며, 불가능한 것에 집착하지 않고 가능한 방향을 찾아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종교인의 가치 판단과 유사하다. 고대로부터 종교인들은 자연을 해석하기 위해 다양한 생각을 종합하고 분석하여 법칙을 선언했다. 종교인들에게는 정해진 규율과 법칙에 따라 올바르게 행동하는 것이 중요했다. 또한, 논쟁과 관찰, 연구를 통해 교리를 발전시키고 수정하며, 다시 그 교리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그들의 의무였다.
따라서 생산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수도사와 같으며, 그들이 모인 연구소는 수도원과 닮아 있다. 왜 수도원이 철학, 지식, 공예품, 그리고 예술적인 맥주와 소시지, 와인 등이 발달한 중심지였겠는가? 그것은 자연을 바탕으로 한 규율과 법칙을 지키며,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점진적으로 발전해 왔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활동은 경쟁, 생산, 파괴라는 3개의 요소가 고리를 엮어서 서로 영향을 주는 과정이다. 이때 생산은 프로덕트 관련자들이, (환원을 위한) 파괴는 세일즈 부서가 담당한다. 그리고 세일즈 부서의 문화는 노력을 통해 결과물을 얻어내는 농부와 같으며 프로덕트 관련자 가능성을 찾기 위한 종교인과 같다.
이러한 기본적인 문화의 차이가 생산과 파괴, 프로덕트와 세일즈의 상호작용에서 갈등을 낳게 된다. 세일즈는 노력과 농부의 문화다. 그래서 노력을 한다면 작지나마 꼭 결과를 얻어 낼 수 있다. 하지만 프로덕트는 종교인과 가능성의 문화다. 가능성이 없으면 목표를 달성할 수 없기 때문에 가능성을 찾기 위해서 고민하는 쪽이다. 그러다 보니 두 집단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세일즈는 프로덕트가 소극적으로 보이는 것이고, 프로덕트는 세일즈의 의견이 과하다고 느껴지는 것이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려고 한다. 매출 증대를 위해서 세일즈에서 제품의 UI의 변경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간혹 세일즈에서 '그거 조금 바꾸는 거 쉽죠?'라는 뉘앙스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다. 세일즈는 노력하면 결과가 나오는 문화다. 때문에 비교적 조그마한 것은 조그마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프로덕트는 규율과 법칙의 기반에서 가능성을 확인한다. 그래서 자그마한 변경이 전체 규율과 법칙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고려를 해야 하기에 '조금 바꾸는 것'이 '조금 노력'하는 게 아닐 수 있다. 이러한 문화적 차이가 대상에 대한 관점을 결정하기 때문에, 세일즈와 프로덕트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에서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
세일즈는 농부의 마음으로 노력을 하는 사람들이다. 세일즈의 세상은 모든 것이 조금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작은 결과는 비교적 작은 노력으로 얻을 수 있으며, 큰 것을 얻기 위해서는 큰 노력이 필요하다. 프로덕트는 종교인의 머리로 사는 사람들이다. 큰 것도 규율과 법칙에 따르면 작은 노력으로 얻을 수 있지만, 아무리 작은 것도 규율과 법칙에 어긋나면 모든 것을 바친다 해도 얻어낼 수 없는 세상에서 사는 사람들이다. 다른 두 세상에서 사는 존재들이지만 결국 더 큰 한 세상에서 같이 살아가야 하는 구성원들이다. 그 두 집단이 보다 행복하고 합리적인 의사소통을 위해서 서로의 근간이 되는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