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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과 소통하기

헤일메리 프로젝트

by 김영빈


"난 질량을 측정하고 왔어! 아주 똑똑한 실험을 했다고."

그는 구슬이 달린 실을 들어 올린다. "26."

구슬 달린 실은 우리가 서로의 대기에 관해 이야기했을 때 그가 보내준 것과 똑같다.

"아."내가 말한다. 이건 원자다. 로키는 원자에 대해 이런 방식으로 말한다. 나는 구슬들을 세어본다. 모두 합해 스물여섯 개다.

그는 26번 원소에 대해 말하고 있다. 지구에서 가장 흔한 원소 중 하나다. "철." 내가 말한다. 나는 목걸이를 가리킨다. "철."

로키는 목걸이를 가리키며 "♬♩♪♬♬"라고 말한다. 나는 사전에 그 단어를 기록한다.

"철." 그가 목걸이를 가리키며 다시 말한다.

"철."

그는 내손에 들린 공을 가리킨다. "철."

그 말을 이해하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린다. 그런 다음에야 나는 이마를 탁 친다.

"너 바보."


- 엔디 위어, 프로젝트 헤일메로 中



우리는 외계인

소설 속 주인공은 과학자이고, 그(로키)는 외계인이다. 그들은 우주 한가운데서 우주선으로 만났다. 서로의 세계에선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 상대에게는 낯설고 생소했다. 로키의 무게 단위와 지구의 무게 단위를 맞추기 위해 주인공은 무거운 구형 물체를 받았다. 그러나 중력이 없는 상태라 저울이 작동하지 않았다. 주인공은 원심력을 이용해 질량을 겨우 구해왔다. 그때 로키는 피식 웃으며 바보라고 했다. 왜냐하면 그는 처음부터 “26”이라는 단서를 줬고, 주인공은 이미 철의 원자량과 부피를 계산해 단위를 맞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 방식으로 산소와 암모니아의 존재를 설명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주인공은 그 단순한 힌트를 읽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서로에게 외계인이었기 때문이다.

외계인과의 소통은 쉽지 않다. 그리고 세상 곳곳 비즈니스의 미시세계도 서로에게 아주 외계스럽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우리 서로에게 외계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외계인과 소통할 수 있을까?


앤디 위어의 소설 헤일메리 프로젝트는 외계인과 소통하는 방법을 단계별로 보여준다.

1.물리적인 심볼과 개념으로 시작하기

물리적인 존재는 문화를 가리지 않는다. 산소, 암모니아, 원자량, 질량, 시간 단위 같은 것들이 공통의 언어가 된다.

2.서로의 단어에 대한 사전 생성하기

철의 이름, 하루의 길이, 질량의 단위, 진법 체계 등 서로의 세계를 설명할 공통 사전을 만든다.

3.서로의 문화와 습성을 배우기

수면과 식사, 인사법, 자연환경 같은 것들을 이해하며 상대의 세계를 조금씩 내 세계로 번역한다.

이 접근법을 개발팀과 운영팀에 적용해보자.

1.물리적인 심볼과 개념으로 시작하기

두 팀 모두에게 공통된 언어는 서비스 가동 시간(uptime), 배포(deployment), 오류(error)와 같은 물리적 지표들이다. “서버가 24시간 작동해야 한다”는 것은 두 팀 모두 동의할 수 있는 기본 개념이다.

2.서로의 단어에 대한 사전 생성하기

개발팀이 말하는 “릴리스”와 운영팀이 말하는 “배포 승인”은 같은 사건에 대한 서로 다른 언어다. 릴리스, 롤백, 핫픽스 등 주요 용어를 함께 정의해 사전을 만들면 서로가 같은 언어로 대화할 수 있다.

3. 서로의 문화와 습성을 배우기

개발팀은 빠른 기능 출시와 고객 피드백을 중시하고, 운영팀은 안정적인 시스템 운영과 장애 예방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개발팀은 운영팀의 “리스크 감수 거부”를 이해하고, 운영팀은 개발팀의 “속도와 유연성 요구”를 이해해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두 팀은 각자의 속도와 안정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출 수 있다.

같은 방식으로 영업팀과 법무팀의 소통도 살펴보자.

1.물리적인 심볼과 개념으로 시작하기

돈, 계약서, 마감일(deadline) 같은 개념은 두 팀 모두에게 공통된 언어다. “계약이 성사되면 회사에 수익이 발생한다”는 사실에는 누구나 동의할 수 있다.

2.서로의 단어에 대한 사전 생성하기

영업팀이 말하는 “빠른 계약 체결”과 법무팀이 말하는 “위험 조항 검토”는 같은 계약 과정을 두고 각기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 계약 조항, 리스크, 서명 등 용어의 정의를 함께 정리해 사전을 만들면 오해를 줄일 수 있다.

3.서로의 문화와 습성을 배우기

영업팀은 고객과의 신뢰를 중시하고 빠른 피드백을 선호하며, 법무팀은 조항 하나하나를 점검하며 신중함을 우선시한다. 영업팀은 법무팀의 “보수적 검토 문화”를 이해하고, 법무팀은 영업팀의 “속도와 유연성 요구”를 이해할 때 비로소 두 팀은 충돌 대신 협력을 시작할 수 있다.


대화가 필요해

주인공과 로키의 사례를 통해서 우리는 두 세계가 소통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그렇다면 주인공과 로키가 소통을 하게된 동원은 무엇 이었을까?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주인공과 로키는 우연히 만났지만, 살아 남기 위해서 그리고 미션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했다. 이러한 동원을 바탕으로, 둘은 소통하고 협력했기에 살아남았고 각자의 세계를 구할 수 있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생존하기 위해서, 살아남기 위해서, 우리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서 소통해야 한다. 소통은 옵션이 아니다. 해야만 하는 우리의 의무다. 종합하면, 우리 모두 서로의 외계임을 인정해야 하며 살아남기 위해 소통해야 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대화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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