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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무섭게 구는가

로키 s1 e1, 마블

by 김영빈



로키: 나 사람 해치는 거 안 좋아해. 나 ... 안 좋아한다고. 해야 하니까 하는 거야. 해야 하기 때문에 했어.

요원: 설명해 봐.

로키: 환상의 일부라서 그래. 공포심을 갖게 약자가 하는 잔인하고 교묘한 마법 (it's the cruel, elaborate trick conjured by the weak to inspire fear).

요원: 제어를 위한 필사적인 연극. 자신을 잘 아네.

로키: 악당이지.

요원: 난 그렇게 생각 안 해.


로키는 북유럽 신화에서 가장 교묘하고 장난스러운 존재로 묘사된다. 그는 변신술과 속임수를 사용해 신들을 곤경에 빠뜨리며, 때때로 악의를 품고 파괴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모든 행동이 순전한 악의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그는 신들 사이에서 완벽하게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경계인으로, 자신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 교묘한 술수를 부릴 수밖에 없었다. 즉, 그의 장난과 기만은 그가 생존을 위해 선택한 전략이었다.

이러한 모습은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특정한 사람들과도 겹쳐진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무섭게 구는 사람들이 있다. 직장에서는 권력을 쥔 상사가 위압적인 태도를 보이며, 가정에서는 부모나 형제가 무언의 압박을 가하기도 한다. 사회적으로도 우리는 강압적인 지도자나 엄격한 규율을 강조하는 조직을 보게 된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두려움을 느끼고, 불편함 속에서 침묵하게 된다. 공포는 사람들 사이의 열린 대화를 막고, 자유로운 의견 교환을 차단하는 효과를 낳는다.

하지만, 조금 멈추어서, 우리는 이러한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왜 조직이나 사회에 공포를 심으려 하는가? 왜 그들은 그렇게 필사적으로 위압할까? 혹시, 그들은 무언가를 지키려 하는가?


공포를 조장하는 자들은 대부분 자신이 약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다. 이는 심리학적으로도 설명될 수 있다. 사회심리학에서는 권위적 성격(authoritarian personality) 개념이 존재하는데, 이는 불안정한 내면을 감추기 위해 강압적 태도를 취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설명하는 개념이다. 이들은 불확실성과 모호함을 견디지 못하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강력한 질서를 강요하려 한다.

더 깊이 들어가면, 이는 방어적 공격성(defensive aggression)의 한 형태일 수도 있다. 인간은 자신의 약점을 감추기 위해 공격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으며, 특히 권력의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 클수록 더욱 강하게 공포를 조장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정치, 군사, 기업 문화 등 여러 영역에서 발견할 수 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역사는 이러한 사례로 가득하다. 예를 들어, 독재자들은 흔히 대중을 공포에 빠뜨려 자신의 권력을 유지한다. 히틀러나 스탈린과 같은 역사적 인물들은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공포 정치(terror politics)를 활용했다. 공포를 조장하면 사람들은 순응하게 되고, 질문을 던지지 않으며, 반발하지 않는다. 이는 직장 내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공포를 통해 상사는 자신의 권위를 유지하고, 가족 내에서는 부모가 자신의 권위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들은 다음과 같은 패턴을 사용한다

위협과 처벌을 강조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큰일 날 거야." 또는 "반발하면 네가 불이익을 당할 거야."

불확실성을 조성한다: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어 통제하기 쉽게 만든다. "네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몰라."

희생양을 만든다: 특정한 개인이나 집단을 공격하여 자신을 강하게 보이게 만든다.

지속적인 감시와 억압: 끊임없이 압박을 가하며 두려움을 조성한다.


공포는 매우 강력한 감정이다. 하지만 호랑이가 물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길이 있다고 했다. 공포의 본질을 이해하면, 우리는 그것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공포는 실체가 아니라 환상이다. 로키가 말했던 것처럼, "공포심을 갖게 하는 잔인하고 교묘한 마법"일 뿐이다. 이를 깨닫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공포에 휘둘리지 않는다. 공포라는 환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방법들이 있다.

공포를 직시하기: 공포가 왜 조장되는지 분석하면 그것에 덜 영향을 받게 된다.

공포를 이용하는 자들에게 질문하기: "왜 그렇게 해야 하죠?"라는 질문만으로도 그들의 논리를 흔들 수 있다.

연대를 형성하기: 공포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다.

대화와 솔직한 의견 교환: 공포를 이용하는 자들은 대화를 두려워한다. 그들의 의도를 벗겨내는 것이 중요하다.

로키는 자신을 악당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요원은 그의 행동만으로 로키를 판단하지 않았다. 로키의 말 속에서, 그의 고백 속에서 진짜 모습을 읽으려 했다. 요원은 로키를 단순한 악당이 아닌, 자신의 약함을 들키는 것이 두려운 평범한 존재로 바라볼 수 있었다.

이렇게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공포를 조장하는 자를 단순한 악당으로 규정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그들이 왜 공포를 이용하는지를 들여다보면, 우리는 그들 또한 필사적으로 자신의 약함을 감추려 하는 인간적인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이해하면, 우리는 공포의 구조를 무너뜨려 공포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악당으로 포장된 두려워 하는 그들과 솔직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공포는 힘의 상징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약자의 마지막 수단일 수 있다. 힘이 있는 사람은 공포를 조장할 필요가 없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신뢰를 얻거나 존경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자신의 권위가 위태롭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공포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지키려 한다.

공포를 조장하는 사람들은 결코 강한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자신의 약점을 감추기 위해 필사적으로 공포를 활용한다. 하지만 공포는 실체가 아닌 환상이며, 그것을 직시하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두려움에 휘둘리지 않는다. 로키처럼, 우리도 자신의 약함을 인정하고, 솔직한 대화를 통해 공포의 환상을 걷어낼 수 있다. 그래서, 악당이란 무엇인가? 그저 겁에 질린 사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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