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 실패의 원인과 필연적인 자본주의 시장의 붕괴
마르크스는 자본주의를 최초로 정교하게 분석한 사상가였다. 그는 자산의 소유 여부에 따라 자본가와 노동자를 구분하고, 이 구조 속에서 착취가 어떻게 발생하는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그가 제시한 대안, 즉 공산주의는 이름과 구조 모두에서 실패한 디자인이었다.
공산주의는 겉보기엔 공동체 소유를 뜻하지만, 실제로는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 금지"라는 복잡한 원리를 내포하고 있었다. 이는 추상적이고 모호한 개념이었고, 실제로 제도화되면서 "무엇이 생산수단인가?", "누가 그것을 관리하는가?"와 같은 실무적 문제에서 큰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모든 분배는 관리자의 판단에 의존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시스템은 고비용·고복잡성의 구조로 굳어졌다.
마르크스는 날카로운 분석가였지만, 인터페이스를 설계하는 디자이너로서는 실패했다. 그의 체계는 인간의 판단을 기반으로 했고, 이는 확장 가능하지 않은 구조였다.
반대로 자본주의는 극단적으로 단순한 규칙을 따른다. 무엇이든 소유할 수 있으며, 그 소유는 오직 가격이라는 숫자로 환산된다. 자격도, 정당성도 묻지 않는다. 자본주의는 판단하지 않음으로써 강력해졌다.
여기에 화폐라는 인터페이스가 붙으면서 자본주의는 완결성을 갖췄다. 모든 가치는 가격으로 환산되며, 누구든 이 게임에 참여할 수 있다. 도덕은 배제되고, 규칙은 간단하다: 더 많이 가진 자가 더 많은 선택지를 갖는다. 자본주의는 복잡한 윤리가 아닌, 간단한 수치로 세계를 작동시킨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자산 집중 현상을 예리하게 포착했다. 자본은 끊임없이 집중되고, 이는 시장의 소비 능력을 약화시킨다. 수요가 약해지면 결국 시장은 붕괴하고, 자본은 제 스스로를 파괴하게 된다.
이 현상은 물리학에서 말하는 '질량붕괴'와도 유사하다. 중력이 일정 질량 이상으로 응축되면 블랙홀로 붕괴하듯, 자본의 응축도 시장의 붕괴를 초래한다. 자본주의는 스스로의 힘에 의해 무너질 가능성을 본질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마르크스의 예측은 현실에서 여러 차례 반복되었다. 1929년 대공황,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모두 자산 집중과 수요 위축이 만든 공황의 사례다. 공황은 단지 경제 순환의 일부가 아니라, 구조적인 취약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들 사례에서 공황은 단순한 심리적 버블의 붕괴가 아니라, 자산이 소수에게 집중되며 대다수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약화된 것이 원인이었다. 시장은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은 넘치지만, 구매할 수 있는 사람은 줄어든 기형적 구조로 변모한다. 자본이 집중되면 수요 기반이 붕괴되고, 수요 없는 공급은 결국 시장을 정지시킨다. 이러한 흐름은 반복적으로 나타나며, 이는 자본주의 구조 내 필연적인 응축 메커니즘 때문이다.
자본이 무한히 응축되지 않으려면, 일정 수준의 확산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평상시의 확산 방식은 '분별적'이었다. 현대 복지는 바로 이러한 설계에 기초한다. 누가 받을 자격이 있는가, 얼마만큼 지급할 것인가, 어떤 절차를 따라야 하는가. 이 모든 판단은 설계와 운영에 큰 비용을 요구한다. 또한 복지 수혜자에게는 낙인을 남기고, 행정 체계에는 불신과 피로를 유발한다.
결국 복지는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시스템으로 귀결되며, 공산주의가 겪었던 동일한 '디자인 실패'의 문제를 반복하게 된다.
무분별한 확산이란, 자격 심사 없이 누구에게나 자본이 흐르도록 하는 설계다. 판단이 제거됨으로써 운영비용이 낮아지고, 수혜자에게 낙인이 남지 않으며, 참여자 모두가 시스템 내에서 자유롭다. 윤리적 이상이 아니라 설계의 효율성으로부터 출발하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역사적으로도 등장했다. 예를 들어 흑사병 이후 유럽에서는 노동력이 급감하자 생존자들에게 조건 없는 토지와 임금이 제공되었다. 마찬가지로, 전쟁 직후의 식량 배급이나 대흉작 상황의 구호는 시장이 아닌 생존의 원리에 따른 무분별한 분배였다.
이러한 예시들은 판단이 불가능하거나 무의미해진 상황에서 자원이 무차별적으로 흘렀던 사례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분배가 비극에 의해서만 작동했다는 점이다. 전쟁, 전염병, 기아와 같은 재난이 있어야만 무분별한 분배가 발생한다면, 그것은 비윤리적인 조건부 시스템이다.
따라서 우리는 재난에 의존하지 않는 무분별한 흐름—평시에도 작동 가능한 분배 설계—를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디자이너의 책임이며, 사회 지속 가능성을 위한 윤리적 과제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를 탁월하게 분석했지만, 설계자로서는 실패했다. 그는 지나치게 복잡한 구조를 제안했고, 그 결과는 고비용·고분별의 실패한 시스템이었다. 반면 자본주의는 단순한 규칙과 화폐라는 인터페이스로 강력해졌다. 복잡함이 아닌 단순함이 승리했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스스로를 붕괴시키는 메커니즘을 내포하고 있다. 자본의 무한 집중은 시장을 죽이고, 인간을 도구화하며, 구조를 무너뜨린다.
이러한 응축에 반하는 확산의 역할로는 복지가 있다. 때문에 복지는 필요하지만, 지금의 복지는 충분히 단순하지 않다. 판단에 의존하는 시스템은 설계 실패로 귀결되기 쉽다. 우리는 복잡함을 설계할 것이 아니라, 더 단순한 분배, 즉 무분별한 흐름을 설계해야 한다. 기본소득은 무분별한 분배의 실현 가능한 초기 모델이다. 그것은 경제 정의가 아니라 인터페이스의 단순함에서 그 가치를 찾는다. 판단이 필요 없고, 설계가 간결하며, 수혜자는 자유롭다. 기본소득은 윤리를 강요하지 않고 윤리적 선택을 가능하게 만든다. 전쟁이나 재난 같은 비극이 아닌, 평시에 작동 가능한 무분별한 확산. 그것이 더 나은 사회 시스템을 위한 최소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