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를 통해 고민하는 UX/UI의 변화
라이카 이후, 거의 모든 소형 카메라는 뷰파인더를 필수적으로 탑재해왔다. 이는 기술적인 한계와 사용자 경험의 결합이었다. 촬영자는 장면을 구성하기 위해 반드시 눈으로 직접 카메라를 들여다보아야 했고, 뷰파인더는 이를 위한 유일한 창이었다.
이러한 구조는 카메라의 폼팩터를 결정지었다. 그립은 오른쪽에 치우쳐야 했고, 카메라 중앙에 쏠린 무게 중심을 다루기 위해서 사용자는 양손을 모두 사용해 안정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그 결과, 소형 카메라의 UI와 조작 방식은 수십 년간 이 구조를 전제로 발전해왔다.
디지털화와 함께 소형 카메라에는 LCD가 부착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보조 수단이었지만, LCD 기술이 발달하면서 실시간 화면 확인과 촬영이 가능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뷰파인더는 꽤 오랫동안 카메라의 상징적 필수 요소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명백하게 변했다. 리코 GR 시리즈, 시그마 fp, 파나소닉 S9 등 고급 카메라에서도 뷰파인더를 과감히 제거하고 있다. 뷰파인더 없는 카메라는 더 이상 저가형이나 보급형 제품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 사용자들이 더 이상 뷰파인더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는 카메라 UX에 결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사람들은 이제 팔을 뻗고, LCD를 보고, 한 손으로 촬영하는 방식에 익숙해졌다. 이제 촬영의 기본 자세는 눈을 바디에 붙이는 것이 아니라, 팔을 뻗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미러리스 카메라는 여전히 뷰파인더 시대의 UI를 답습하고 있다. 뷰파인더는 사라졌지만, 오른쪽 그립과 조작부는 그대로 남아 있다.
과거에는 바디의 무게 중심이 중앙에 있더라도, 얼굴과 손이 겹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립을 오른쪽으로 치우치는 설계가 필요했다. 하지만 이제 LCD를 사용하는 시대에는 이 논리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LCD를 통해 촬영할 경우, 사용자의 시선은 카메라 중앙의 화면에 고정되지만, 여전히 손은 바디 오른쪽으로 치우쳐 있다.
오른쪽 그립 구조는 시선과 조작의 불일치를 만들고, 특히 한 손으로 카메라를 들고 촬영할 때 심각한 불균형을 유발한다. 이는 구조적인 이유 때문이다. 카메라의 전체 무게에서 상당 부분은 렌즈가 차지하며, 이 렌즈는 보통 바디 정면 중앙에 장착된다. 따라서 전체 무게 중심도 바디 중앙에 위치하게 된다. 그런데 이 무게 중심에서 벗어난 오른쪽 그립을 잡고 카메라를 들면, 손목이 무게 중심을 벗어난 상태로 하중을 지게 되어 불편함이 커진다. 즉, 오른쪽 그립 구조는 현대 LCD 중심 촬영 방식과 물리적으로도, UX적으로도 맞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LCD 중심의 사용자 경험(UX) 에 걸맞은 직관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다. 촬영 모듈은 박스형 본체, 조작 모듈은 하단 중앙 손잡이 구조로 설계하고, 검지와 엄지를 활용한 휠 및 버튼 조작이 가능하도록 구성하는 것이 매우 합리적이다. 이러한 형태는 이미 짐벌이나 액션캠에서 익숙하게 사용되고 있는 조작 방식이며, 장기적으로는 스마트폰 이후 시대의 자연스러운 카메라 인터페이스 표준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사실 이런 구조는 낯선 것이 아니다. Canon Auto Zoom 518 SV나 Bolex 필름 카메라를 떠올려보자. 이들은 이미 수십 년 전, LCD 없이도 중앙 손잡이 + 정면 촬영 구조를 채택하고 있었다. 그 당시에는 영상 촬영을 위한 구조였지만, 지금 이 철학은 현대 사진과 영상 모두에 적용 가능하다.
기술은 진화했고, 사용자들의 습관도 바뀌었다. 하지만 UI는 여전히 과거의 구조에 머물러 있다. 뷰파인더 없는 시대에, 뷰파인더 전용 UI를 고수하는 것은 시대착오에 가깝다. 이제는 LCD 중심 인터페이스, 중앙 손잡이, 그리고 검지와 엄지를 활용한 직관적 조작 방식이 새로운 표준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 변화는 단지 카메라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사용자의 경험(UX)이 달라지면, 인터페이스(UI)도 함께 달라져야 한다. 이는 모든 제품, 모든 도구, 모든 기술 설계에 해당하는 원칙이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카메라의 사례는, 사용자의 습관이 어떻게 기술의 형태를 바꿔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축소판일 뿐이다.
익숙함에 기대어 낡은 구조를 반복할 것인가, 아니면 변화한 경험에 걸맞는 새로운 UI를 설계할 것인가. 그 질문은, 디자인 전반에 던져야 할 질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