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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레이아데스 May 04. 2023

여행이라는 이름의 자유

막다른 장소에 다다른 영화 속 두 여자 주인공의 대화가 이어진다.

“Let’s keep going!(계속 가자!)”

“What do you mean?(무슨 말이야?)”

“Go!(가자!)”

“You sure?(확실해?)”

자동차 안에서 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손을 잡고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그랜드 캐니언의 허공을 향해 가속 페달을 밟는다. 1990년대에 우리나라에서 개봉한 영화, ‘델마와 루이스’의 마지막 장면이다. 충격적인 이 장면에서 친구와 나는 스크린에 눈을 고정한 채, 얼어붙은 듯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미국 문화에 대한 호기심도, 페미니즘에 관한 관심도 영화의 마지막 한 컷에 압도되어 다 날려 버렸다.

 

영화에서 그들은 주말을 즐기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생각지도 못한 일들을 자꾸 겪게 된다. 계획도 바뀌고 그들도 대담하게 변해간다. 결국, 가볍게 떠난 여행이 쫓기는 범죄자의 처지가 되는 상황으로 아주 달라진다. 더는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절박한 여행의 끝에서 그들은 구속보다는 자유를 택한다. 이 장면에서 영화는 우리에게 ‘인생이란 무엇인가?’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가?’라는 어려운 질문을 던진다.

 

비슷한 시기에 독일에서 만들어진 또 다른 영화가 있다. ‘델마와 루이스’와 같은 로드무비로 유명한 ‘노킹 온 헤븐스 도어’다. 이 영화에서 두 남자 주인공은 하루하루 다가오는 죽음과 늘 동행한다.

 

병실에서 알게 된 말기 암 환자 두 사람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바다를 보기 위해 생애 마지막 여행을 떠난다. 여정에서 경험하는 위태위태한 상황은 우리의 인생과 닮았다. 누구나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죽음 앞에서 두 사람은 얼마나 두려웠을까? 그들은 서로 위로하고 힘이 되어주면서 우여곡절 끝에 바다에 도착한다. 바다를 바라보는 그들은 마치 천국을 본 듯 말을 잇지 못한다. 앉아있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카메라가 비추는가 싶더니 한 사람이 쓰러진다. 영화는 그렇게 끝난다. 하지만 영화가 주는 긴 여운과 함께 마지막 장면에 흘러나온 밥 딜런의 ‘Knockin' on heaven's door’는 한동안 나를 떠나지 않았다.

 

인생은 여행과 닮았다고 한다. 여행하는 동안 낯선 장소에서 새로운 인연들을 만나기도 하고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동행한 사람과 갈등이 생기기도 하고 그들로부터 감동을 선사받기도 한다. 올레길이나 순례길처럼 힘든 여정을 묵묵히 견디는 사람도 많다. 그리고 우리는 기쁨이든 슬픔이든 한동안 그 경험의 에너지로 살아간다.

 

창밖은 화창한 날씨에 새소리까지 들린다. 오늘도 자유로운 여행을 꿈꾸며 집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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