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독서일기

18. 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의 「대도시의 사랑법」을 읽고

by 띠띠리따띠뚜


박상영 작가의 연작소설집 「대도시의 사랑법」을 읽었습니다. 퀴어 문학으로 분류되는 이 연작소설집은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분에 후보로 오를 만큼 꽤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까지만 해도 한국 문학이 세계에서 인정받으리라곤 꿈에도 생각 못했는데 작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도 그렇고, 한국 문학이 세계에서 인정받는 상황을 보니 기분이 상당히 오묘합니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삼십 대에 접어든 화자 영이 이십 대 시절 만난 인연과 추억들을 그려낸 작품입니다. 화자 영은 게이이자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을 쓰는 작가인데요, 묘하게 자꾸 작가 본인과 겹쳐 보입니다. 작가 후기나 인터넷의 올라온 글들을 살펴보면 의도적인 방식인 것 같더군요. 오토픽션이라고 하나요? 최근 문학계에선 작가 본인의 삶과 경험을 직접적으로 소설에 드러내는 방식이 유행한다고 들었습니다. 옛날에 유행했던 일본의 사소설이 떠오르네요.


이 소설은 총 네 편의 연작소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주인공 영과 여사친 재희의 우정 혹은 사랑을 다룬 「재희」,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엄마와의 갈등과 왕년의 잘 나갔던 운동권 아저씨와의 연애를 그린 「우럭 한점 우주의 맛」, 우연히 이태원 클럽에서 만난 제주 출신 규호와의 연애를 그린 「대도시의 사랑법」, 방콕에서 싱가포르계 말레이시아인 하비비와 하룻밤을 보내며 규호와의 방콕 여행을 회상하는 「늦은 우기의 바캉스」까지. 짧지만 강렬한 소설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두 번째 소설인 「우럭 한점 우주의 맛」이 가장 인상 깊게 남는 작품이었는데요, 회자 영과 운동권 출신 아저씨의 클리셰 가득한 연애 서사가 뻔하면서 재밌있었고, 암에 걸려 시한부 판정을 받은 엄마와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엄마에게 애증을 품는 영의 관계가 제법 세심하게 표현되어 인상에 깊게 남았습니다. 실제로 이 작품으로 제10회 젊은 작가상 대상을 수상할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니, 이 작품을 읽은 다른 분들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연작소설이 고평가를 받을 정도로 뛰어난 작품이냐고 묻는다면,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문체 같은 경우, 일본 라이트 노벨이나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보는 것처럼 경박한 느낌이고, 각 소설들의 전개나 구성이 그다지 독창적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퀴어라는 요소를 빼면 그냥 클리셰를 집약해 놓은 흔한 로맨스 소설처럼 보이기도 하거든요. 그리고 회자인 영의 성격이 베베 꼬인 게 참 별로입니다. 툭하면 남이 하는 말에 속으로 태클을 거는데 상당히 거슬립니다.


그래도 생각보다 재밌게 읽어서 저 스스로도 좀 놀랐습니다. 부족한 점은 있지만 확실히 흡입력은 있는 작품입니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한 번 읽어 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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