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독서일기

21. 철학편지

볼테르의 「철학편지」를 읽고

by 띠띠리따띠뚜


지난 번에 읽은 「미크로메가스 •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 」에 이어 이번에 읽은 책 역시 볼테르의 저서 중 하나입니다. 바로 볼테르의 초기작 중 하나인 「철학편지」입니다. 1733년 「영국에 관한 편지」라는 제목으로 영국에서 먼저 출간된 이 책은, 1년 뒤인 1734년 마지막 25장을 새로 추가해 「철학편지」라는 제목으로 바뀌어 프랑스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역시나 이번에도 출간되자마자 신성모독이라는 이유로 곧바로 금서로 지정되었다고 합니다.


「철학편지」는 볼테르가 1726년 5월부터 1728년 10월까지, 약 3년 동안 영국에 체류하면서 얻은 지식과 정보들을 서간체 형식으로 풀어낸 저서입니다. 당시 볼테르는 어느 프랑스 대귀족의 자제와 시비가 걸렸고, 그로 인한 갈등으로 체포까지 당하게 되는데요, 이후 갖은 방법을 동원해 영국으로 떠난다는 조건으로 석방되었고, 석방되자마자 곧장 영국으로 떠났습니다. 배경부터 역시 볼테르 답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후 영국에 머물게 된 볼테르는 영국의 종교,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들을 섭렵하며 프랑스와는 다른 영국 사회의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습니다. 억압적인 분위기의 프랑스와 달리 영국에선 자유가 존중받고, 그 덕분에 상업과 학문이 발달한 모습에 본 볼테르는 두 국가를 비교하며 종교적 관용과 시민의 권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설파합니다.


볼테르는 가장 먼저 영국의 다양한 기독교 분파들(퀘이커교, 영국국교회, 장로회 등)이 서로 충돌하지 않고 각자의 영역을 존중하며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구교와 신교의 갈등으로 바람 잘 날이 없던 프랑스와 달리 영국은 오랜 내전 끝에 종교의 자유를 허용했고, 그 밑바탕을 토대로 사회의 개혁과 발전이 이루었습니다. 정부는 시민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업이 발달해 경제도 성장하고, 덕분에 학문과 예술이 크게 발달했다는 것이죠.


그러면서 볼테르는 영국의 수많은 학자들의 업적을 칭송합니다. 귀납법을 주장한 프랜시스 베이컨, 경험론 적 인식관을 보여준 존 로크,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까지, 이들의 헌신 덕분에 인류의 지성사가 크게 나아갔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볼테르는 마지막 장에서 파스칼의 「팡세」을 요목조목 비판하는데, 이 부분은 영국과 전혀 관련이 없어 다소 뜬금없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철학편지 」라는 책의 제목을 떠올리면 이해가 되는데, 볼테르는 파스칼의 사상이 품고 있는 중교적 광신(예정설, 염세적인 인간관 등)의 기미를 지적하며 인간의 합리적 이성을 옹호합니다. 앞선 장들에서 보여준 인간 이성에 대한 볼테르의 믿음을 떠올리면 이해가 되는 부분입니다. 다만 제 개인적으로 느끼긴에 비판보단 조롱에 더 가깝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인간이 지닌 이성의 힘을 믿는 볼테르의 태도는 오늘날에도 의미있게 느껴집니다. 20세기의 여러 사건들을 거쳐오며 이성의 한계와 문제점들이 드러나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 볼테르가 과연 어떤 태도를 취했을까. 하는 궁금중이 생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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