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독서일기

26. 제로에서 시작하는 자본론

사이토 고헤이의 「제로에서 시작하는 자본론」을 읽고

by 띠띠리따띠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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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의 「자본론」만큼 인류 역사에 큰 영향을 끼친 책도 드뭅니다. 영향력으로 따지면 기독교 성경이랑 비교될 정도니까요. 하지만 만만치 않은 두께와 책을 이해하기 위한 엄청난 지식량을 요구하는 터라 일반인들은 물론 어지간한 학자들도 쉽사리 도전할 엄두를 못내는 책이기도 하죠.


사이토 고헤이는 일본 출신의 마르크스주의 학자로, 최근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의 저서 「인신세의 자본론(한국 정발명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은 일본에서 무려 60만부나 판매됐다고 합니다. 이미 철지난 사상쯤으로 치부되는 마르크스주의가 이토록 관심받는 배경에는 저자의 참신하고 뛰어난 분석도 있겠지만, 동시에 대중들이 위기가 임박한 자본주의 사회를 넘어설 새로운 대안을 바라고 있기 때문일겁니다.


불평등의 확대와 기후 위기의 심화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무엇보다도 큰 위기감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단 25명의 슈퍼리치가 세계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38억명보다 더 많은 부를 보유하고 있고, 심각한 기후 변화의 여파로 나타나는 각종 자연재해들(홍수와 가뭄 같은 기상이변, 남북극 빙하의 해빙과 그로 인한 해수면 상승, 삼림 벌채로 인한 사막화 진행 등등)은 문자 그대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굳이 전관련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지금의 자본주의가 한계에 부딪혔다는 느낌은 모두가 받고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자는 왜 철지난 듯 보이는 마르크스의 사상을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내세우는 걸까요? 사회주의라면 이미 20세기에 실패한 사회 실험 아니었던가요? 저자는 이 책 「제로에서 시작하는 자본론」을 통해 이런 의문을 해소하고 모두에게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저자는 1장에서는 노동과 부, 그리고 상품의 의미와 실태를 파헤치고, 2장에선 잉여가치 산출을 위해 과도하게 증가하는 노동시간을, 3장에선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노동이 가진 구상과 실행의 분리를, 4장에선 자본주의 발달로 인한 생태계 파괴를 5장에선 소련, 중국과 같은 현실 사회주의에 대한 비판을, 6장에선 탈성장 코뮤니즘을 통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합니다.


저자는 마르크스 사상의 핵심과 자본주의의 대한 대안을 독특한 시각에서 전개해 나갑니다. 가령 기존에 도외시 되었던 마르크스의 생태학적 관점과 말년의 원시적 공동체에 대한 관심을 지적하며 기존의 마르크스주의의 한계를 넘어선 생태사회주의와 탈성장 코뮤니즘을 주장합니다. 성장을 맹목적으로 지향하는 자본주의적 가치관에서 벗어나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하는 증여를 통한 공동체를 이루자고 말입니다.


사실 다 읽고나서 깨달았지만. 이 책은 엄밀히 말해「자본론」의 해설서라기 보단, 저자의 관점에서 새롭게 재해석한 마르크스의 사상을 대중적으로 설명한 책으로 봐야 합니다.「자본론」은 그저 몇몇 인용문구로 활용될 뿐이고요. 따라서 온전히 「자본론」에 대한 해설을 생각하고 읽는다면 다소 당황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기존 마르크스 사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관점이 독특하다고 느껴져 흥미있게 읽기는 했습니다. 사이토 고헤이라는 사상가의 시각을 엿보고 싶으신 분들은 읽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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