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독서일기

27. 수영장 도서관

앨런 홀링허스트의 「수영장 도서관」을 읽고

by 띠띠리따띠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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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개인적으로 퀴어문학이라고 하면 편견이 있었습니다.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를 그저 주인공만 동성애자로 바꾸기만한 게으른 문학이라는 편견이 말이죠. 그런데 이번에 읽은 작품은 이런 제 편견을 보기 좋게 깨부셨습니다. 바로 앨런 홀링허스트의 「수영장 도서관」입니다.


홀링허스트는 2004년 「아름다움의 선」이라는 작품을 통해 영국의 유명 문학상인 부커상을 수상받은 영국의 작가입니다. 그의 작품에서는 동성애적인 요소가 전면에 등장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현대 영국 사회의 계급, 인종과 같은 시대적인 문제들을 엮어내 퀴어문학의 수준을 한 단계 높여온 작가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수영장 도서관」은 홀링허스트의 데뷔작으로 동성애, 제국주의, 현대 예술 등 다양한 주제를 능수능란하게 엮어낸 훌륭한 작품입니다. 퀴어문학이 단순히 퀴어인들의 사랑 이야기가 아닌, 우리 사회에 보다 깊은 통찰을 제공할 수 있는 주요 수단임을 증명한 작품이라 말할 수 있겠습니다.


작품의 주인공 윌리엄 벡위스는 부유한 귀족 태생으로 엘리트 코스를 통과한 전형적인 영국 상류층 청년입니다. 직장도 때려치고 할아버지의 유산으로 방탕한 생활을 하며 무료함을 달래는 인물이죠. 어느 날, 공중화장실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진 찰스 낸트위치를 구해준 계기로 그와 친해지게 되고, 찰스는 윌리엄에게 자신의 일생을 책으로 써달라 요구하게 됩니다. 한순간에 전기작가가 된 윌리엄은 찰스가 남긴 일기를 읽으며 자신이 몰랐던 진실을 깨닫게 됩니다.


전직 식민지 관료 출신인 찰스는 양면적인 인물로 묘사됩니다. 인종차별에 반대하고 가난한 청년들을 지원하기 위한 스포츠 클럽을 운영하는 진보적인 면모를 보이는 반면, 흑인과 아프리카 문화에 대한 그의 오리엔탈리즘적인 시선, 그리고 젊은 청년들을 꾀어내 포르노를 촬영하는 모습과 같은 위선적인 면모 또한 보입니다. 윌리엄은 이러한 찰스의 이중성을 경멸하지만, 책의 후반부에 밝혀지는 진실, 즉 과거 윌리엄의 할아버지가 주도한 동성애 탄압 정책으로 인해 찰스가 감옥에 수감되었다는 진실이 밝혀지면서 윌리엄과 독자 양쪽 모두에게 큰 충격을 안깁니다.


이는 찰스를 비판적으로 보는 윌리엄 또한 예외가 아닙니다. 윌리엄은 작중 아서나 필 같이 어리고 빈곤한 소년들만 골라 사귀고 이들을 강압적으로 대합니다. 때때로 몇몇 묘사들은 강간으로 비춰질만큼 폭력적이고요. 또한 성적으로 탐닉하기만 할뿐, 소년들이 가진 실제적인 고민들에 대해선 무관심한 태도를 보입니다. 이는 아서가 형의 친구를 죽인 사실에 괴로워하면 도움을 청하지만, 윌리엄은 귀찮게만 여기는 모습에서 잘 드러납니다. 하지만 아서의 집을 방문했다가 스킨헤드들에게 집단 폭행당하는 장면을 보면 윌리엄 역시 그저 한 명의 연약한 게이에 불과하다는 걸 깨닫게되죠.


이 작품은 찰스의 일기와 윌리엄이 처한 현재 상황을 번갈아가며 보여줍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과거가 이미 지나간 것이 아님을, 여전히 우리의 현재 속에 생생히 살아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줍니다. 윌리엄의 친구 제임스는 동성애자란 이유로 체포되고 로널드 스테인스와 같은 비열한 인물은 순진한 청년을 이용해 포르노를 제작하는 모습 등을 보면, 시간이 흘러도 인간이 지닌 편견과 이기심은 변하지 않는구나하고 느꼈습니다.


지나간 과거에서 어떻게 자기반성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수영장 도서관」은 이런 질문에 대답하기 위한 알맞은 소설입니다. 찰스의 일기를 읽어나가며 과거와 자신의 현재를 겹쳐보며 진실을 깨달은 윌리엄을 보며, 저 또한 부단히 자기반성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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