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포스트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작가 토머스 핀천의 「 제49호 품목의 경매 」를 읽었다. 미국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유명한 작품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작품답게 작가의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 쉽고 짧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난해한 작품이다. 미국 사회에 대한 은유와 풍자가 한가득인 데다 모호하고 불확실한 서술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소설이 마냥 어렵고 독자에게 불친절하냐면 그렇지도 않다.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구성 덕분에 앞으로의 전개에 나름의 흥미진진함을 품고 계속 읽어나가게 된다.
소설은 미국의 평범한 가정주부 에디파 마스에게 우편 하나가 도착하며 시작된다. 우편에는 에디파가 전 애인이자 부유한 사업가 피어스 인버라리티의 유산 공동 관리인으로 임명되었다는 소식이 적혀있다. 우편을 읽은 에디파는 캘리포니아 주 남부에 위치한 도시 샌나르시소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비밀 조직 ' 트리스테로 '의 존재를 알게 되는 동시에 조직의 정체와 비밀을 파헤쳐가며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한 명의 독립적인 인간으로 변해가게 된다.
트리스테로의 진실을 파헤쳐가며 에디파는 새로운 사실들과 다양한 사람들을 맞닥뜨리게 된다. 동성애자, 청각장애인, 깡패, 창녀 등 기존의 미국 역사가 외면하고 지워버린 소외된 계층이 존재함을 깨닫고, 이들이 미국의 공식 우편제도를 거부하고 비밀리에 이용하는 우편제도가 바로 트리스테로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트리스테로는 공식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소외된 목소리들을 상징한다. 에디파는 트리스테로라는 비밀 우편제도의 존재를 알게 됨으로써 기존의 자신이 알고 있던 세계 이면에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를 통해 기존의 닫혀있던 자신의 삶을 열어젖히고 다양한 존재들의 소리를 듣게 된다.
소설은 에디파가 트리스테로의 존재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인 위조 우편 ' 제49호 품목 ' 의 경매에 참가하는 열린 결말로 끝나게 된다. 결국 마지막까지 트리스테로의 존재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채 수수께끼로 남게 된다. 트리스테로가 정말로 존재하는지, 피어스가 에디파를 농락하기 위해 만든 계략인지, 아니면 전부 에디파의 망상에 불과한 지 끝까지 밝혀지지 않는다. 이는 아마 작가가 기존의 진리를 부정하는 트리스테로의 존재가 또 다른 진리가 될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인 것 같다.
쉽지 않았지만, 그만큼 흥미진진하고 재밌었다. 마지막까지 진실과 허구가 모호하게 겹쳐있는 소설의 태도는 나로 하여금 끝없이 의심하고 탐구하도록 만들었다. 결국 무엇인 진실인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런 태도야 말로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이분법을 끝내고 우리로 하여금 다양한 진실들을 마주할 수 있게 이끄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