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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님 면전에서 차마 못한 이야기를 쓰기까지..(3)

다른 곳에 쓰지 않고 브런치에 쓰는 이유

  원래는 한컴 오피스를 열어 무작정 쓸 생각이었다. 하지만 나란 여자는 삘(Feel)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어느 날 갑자기 번뜩이는 생각이 들 때 적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럴 때마다 한컴 오피스를 열어 지난 글에 이어 새로운 글을 쓴다는 것은 몹시도 지루하게 느껴졌다. 이건 마치 갑자기 신호가 와서 급히 휴지를 둘둘 말아 화장실에 갔는데 어제 본 볼 일을 마주한 느낌이랄까? 이제 막 항문을 빠져나온 따끈따끈한 녀석이 아니라 방치된 지 한참 지난 녀석을 어찌 그냥 두고 볼 수 있겠냔 말이다.

그렇다고 개인블로그에 적기에는 블로그 초창기에 여기저기서 끌어다 놓은 잡다한 스크랩들이 너무 많다. 마치 십 년간 방치해 놓은 집을 정리하고 이사 가야 하는 기분이랄까?

  

  이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어디선가 브런치 스토리라는 것을 보게 되었다. 광고가 안 붙어 수입이 안된다는 어느 작가의 글은 오히려 반갑게 느껴졌다. 쌍꺼풀 수술비라는 작고 소중한 목표를 세웠으나 사실 월급 이외의 불로소득은 바래서도 안되고 바라지도 않기에...(라고 적었으나 쌍꺼풀 수술비를 떠올리면 저절로 웃음이 난다.ㅎㅎㅎ)

  게다가 나는 성격상 둘러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상대편 말의 저변에 깔린 의도를 파악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교사라는 직업을 걸고 하는 말과 글은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내 글이 읽는 이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에 대한 고민, 그리고 나도 모르는 내 무의식 속 편견이 글을 통해 드러날까 겁이 나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 내가 '학부모에게 차마 하지 못했던 말'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쓴다니...

  하지만 브런치 스토리의 글들을 읽어보니 개인적인 생각이 많이 담겨있는 에세이 형식이라 여기에서는 나의 글도 어쩌면 이런 글들처럼 쉽게 읽힐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이 보였다.

  그저 아이를 먼저 키운 교사입장에서 초등학교 교실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쓰고 학부모에게 직접적으로 말하고 싶었으나 ‘그들이 상처받을까?’또는 ‘나의 의도가 오해받을까?’ 또는 ‘애꿎은 아이가 난처해질까?’ 싶어 하지 못했던 말들을 구구절절 써본다면 많은 학부모들이 궁금해했지만 잘 알기는 어려웠던 교실 속 이야기, 내 아이가 커가는 과정에 좀 더 가까이 다가서지 않을까 라는 작은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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