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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님 면전에서 차마 못한 이야기들, 차별

차별이 아니라 '차'이에 근거한 '별'도의 지도입니다.

학부모님 입장에서 가장 싫어할 단어를 생각해 보았다.

첫 번째 떠오른 단어는 차별.


교직 경력이 쌓이며 내가 얻은 가장 큰 배움은 인간에 대한, 특히 아이들에 대한 폭넓은 이해다.

서른 명 남짓의 아이들이 일 년 동안 어떻게 배우고 자라는지 보아온 수십 년의 과정 동안 내가 습득한 학생에 대한 이해와 교직에 대한 전문성은 수식으로 명료하게 정의되기 어렵고, 과학적으로 증명하기도 어렵지만..

오히려 그래서 나는 교직이 어느 직업보다도 높은 전문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명료하게 정리되지 않는 특성으로 인해 아이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교육적 처치는 때때로 '차별' 또는 그것을 넘어선 다른 형태로 받아들여지기도 하는 것 같다.

이런 오해가 시작되면 교사가 스스로의 입으로 본인의 교육방법에 대해 설명해야 하는데 머리와 마음으로 익힌 그것을 말로 풀어내는 과정에서 또 다른 오해를 낳기도 한다. (이미 오해가 시작된 상황에서 그 마음을 돌리기는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학부모님들의 오해를 줄이고 교사의 지도와 부모의 훈육이 함께 이루어져 아이의 성장을 도울 수 있게끔 교사의 지도를 다른 무언가에 비유해 보고자 고민해 보았는데.. 교사의 지도를 의사의 치료과정과 비교해 보면 조금이나마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인간은 미성숙하게 태어나 각종 질환을 경험하며 생의 여러 주기에서 의사의 처치를 받는다.

=>모든 아이들은 장점과 보완할 점을 함께 지니고 있고 누구든 잘못과 실수를 통해 자라며 필요할 경우 교사의 지도를 받는다.


의사는 상처의 크기와 범위를 보고 표준치료의 범위 내에서 처방하고 처치해 준다

=> 교사의 지도행위의 과정에 초점을 맞추어 어쩌다 상처를 입었는지 확인하고  다치지 않는 방법을 알려주 또다시 다치는 일이 없도록 안전한 생활을 당부한다. 


질병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의사는 환자의 기저질환 및 알레르기 반응, 질병의 진행과정을 총체적으로 파악하여 치료의 방향을 결정한다.

=> 학생의 문제행동을 지도할 때 교사는 학생의 성격과 나이, 성별, 교우관계, 지도의 효과 등을 고려하여 지도의 방향을 결정한다.


질병의 정도가 심각하고 위급할 때 의사는 수술을 결정하고 수술과정에서 자신의 모든 역량을 다 쏟아내며 수술 후에도 환자의 회복 상태를 살피며 추가치료를 병행하여 환자의 완전한 회복을 돕는다. 보호자는 이 과정에서 불안한 마음을 토로하기도 하고 신뢰를 보여주기도 한다.

=> 스케일이 큰 문제상황을 지도할 때 교사도 본인의 모든 역량을 다 쏟을 뿐 아니라 주변의 조언을 더해 최선의 방법을 선택하여 지도하는데 한 번의 지도로 성과를 기대할 수 없기에 아이의 변화를 눈여겨보며 추가지도를 병행해 나간다. 보호자가 신뢰를 보여줄 경우 지도는 효과적이었으나 그런 경우가 많지는 않았다....


마지막으로 가다 보니 점점 아쉬워진다. 지도의 스케일이 커질수록 학부모의 신뢰를 받기 어렵고 교사에게 허용되지 않은 지도 방법이 많다. 남겨서도 안되고 큰 소리를 내서도 안되고 아이의 마음을 상하게 해서도 안되고....


 

차별이란 단어를 쓰는 학부모님 면전에서 하고픈 말..


어머니~ 교실은 서른 명에 가까운 개성 넘치는 아이들이 생활하는 곳입니다.

얼굴만 다른 게 아니라 성격도 성적도 성향도 다 다른 아이들이지요.

말로만 설명해도 찰떡같이 이해하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 그림을 그리고 예를 들어가며 설명해도 이해를 못 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목소리를 가다듬고 높낮이를 조절해 가며 '기필코 너의 귀에 꽂아주마'라는 다짐으로 설명을 해도 이해를 거부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글씨 바르게 쓰세요~"라는 교사의 말에 화들짝 놀라 스스로의 글씨를 점검하는 아이가 있는 반면 "선생님. 이거 다 쓰면 검사할 거예요?" 물어보고 검사여부에 따라 글씨체를 조절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검사를 하든지 말든지 선생님이 뭐라 하시면 '잔소리 한번 듣고 넘기지 뭐~' 하는 심정으로 늘 대충 쓰는 아이도 있습니다.

어느 육아전문가가 말했습니다. 이해하는 것과 이해한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뇌의 다른 영역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아이들이 바르게 이해하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게 돕는 것이 저의 역할입니다.

교사라면 응당 아이의 성격과 성적과 성향에 따라 방법을 달리해서 지도하는 것이 맞습니다.

차별이 아니라 '차'이에 근거한 '별'도의 지도법을 사용하는 거지요.

저의 지도가 진짜 '차별'이었는지  '차이에 근거한 별도의 지도'였는지 다시 생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아이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지도야말로 '차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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