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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님 면전에서 차마 못한 이야기들, 성적

내 아이의 위치가 궁금하다면...

학부모님들이 가장 궁금해할 것을 생각해 보았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내 아이의 객관적 위치, 바로 '성적'


성적과 관련하여 교사입장에서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자면..


늘 탄탄한 성적을 갖고 있는 아이의 학부모님은 자녀의 성적에 연연하지 않는다.

대체로 낮은 성적을 갖고 있는 아이의 학부모님도 자녀의 성적을 궁금해하지 않는다.

학생의 좋은 성적과 학생의 원만한 학교생활이 늘 필요충분관계를 맺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도 성적만으로 친구를 평가하고 판단하지 않는다.

초등학교에서는 성적보다 학습에 영향을 주는 사소한 습관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중학교에서는 이 습관을 토대로 학습에 임하는 진지한 태도가 갖추어져야 한다.

공부에 대한 습관과 태도가 형성된 아이들은 고등학교에 가서 본인의 진로에 맞게 공부계획을 세워 스스로 실천하면 된다. 

성적은 지금 하고 있는 공부의 결과인 동시에 앞으로 나아갈 공부의 계획을 세우는 척도이다.



많은 학부모님들이 자녀 성적 하락의 이유를 자녀가 가진 요인 밖에서 생각하는 것 같다. 교과의 내용이 너무 어려워서, 다른 아이들이 우리 아이에 비해 선행을 많이 해서, 선생님들이 시험문제를 너무 어렵게 내서 등등

아이의 성적은 각자가 가진 공부역량이 발휘된 결과이기에 그것을 키워줄 수 있는 방법 또한 아이 안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초등에서는 알림장 확인, 필통 정리, 가방 정리, 매일 정해진 많지 않은 양의 꾸준한 학습 등의 습관 정착이 중요하다. 중학교에 가면 조금 더 어려워진 공부를 대하는 태도를 점검해 줄 필요가 있다. 본인이 잘하는 과목과 잘하지 못하는 과목을 인정하고, 잘하지 못하더라도 주어진 공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태도 말이다. 수치로 설명되는 성적은 쉽게 오르내릴 수 있지만 이런 습관과 태도는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되는 법이고 이것이 갖춰지면 본인의 노력과 필요에 의해 성적은 얼마든지 올릴 수 있다. 



자녀의 성적이 궁금한 학부모님 면전에서 하고픈 말..


어머니~ 

성적보다는 지금 아이가 가진 습관을 살펴봐주세요.

학교에 다녀와서 필통을 정리하며 뭉툭해진 연필을 깎는지, 알림장의 글씨는 본인이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인지, 안내장의 배부일자와 부모님께 보여주는 날짜가 같은지, 책가방 속에 쓰레기가 굴러다니지는 않는지, 공책과 교과서에 낙서가 많지는 않은지, 학교생활과 관련한 대화에서 기억나지 않는다며 꽁무니를 빼는 일이 많지는 않은지...

더불어 부모님의 습관도 돌아봐주세요.

아이 스스로 매일 가방을 정리하도록 점검해 주는지, 오늘 선생님께서 특별히 안내한 사항이 있었는가 확인하는지, 학습지나 문제집 등 아이가 해야 할 과업에 대해 꾸준히 점검해 주는지, 아이가 특별히 어려움을 느끼는 교과가 있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해 주는지, 다음날 아침에 기분 좋게 일어나 학교 갈 수 있도록 저녁에 일찍 잠자리에 들게 하는지, 사소한 잘못에 대해 확인하는 과정에서 아이의 핑계를 무심코 넘어가주진 않는지(친구 탓, 선생님 탓을 그냥 넘기시면 안 됩니다.)
아이의 습관이 잘 잡혀 있고 부모님의 습관도 잘 잡혀 있다면 어느 정도의 성적은 따라오게 되어 있습니다. 습관이 정착되었는데도 성적이 기대보다 낮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럴 경우 낮은 성적이 문제가 되지 않으며 오히려 아이의 의지를 자극하여 열심히 공부하게끔 하는 동기부여가 되기도 합니다.

저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입니다. 제 자식도 본인 성적에 무관심할 때는 제 앞에 놓인 밥그릇의 밥 떠먹기도 게을리하더군요. '제 밥그릇 못 챙기는 놈이 무슨 공부냐?'라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이 맞았습니다. 정신 차리고 공부할 때는 잔소리 없이도 잘만 챙겨 먹습디다. 초등에서 성적은 큰 의미 없습니다. 한 달만 꾸준히 하면 성적은 금방 오릅니다. 하루가 한 달이 되고 한 달이 일 년이 되는 꾸준한 습관을 기르는 것이 오히려 더 어려운 일입니다. 당장 단원평가 백점은 아무 의미 없습니다. 인생 깁니다~ 잘못 키운 자식을 손 놓고 바라만 봐야 하는 시기가 오면 인생은 더 길고 괴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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