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타칭 금손인 저는 요리에 있어서는 하위 5%의 똥손이기에 요리전쟁 글에서만큼은 제 주제를 파악하여 스스로를 '소인'이라 칭합니다.>
고기는 씹어야 맛이요!
말은 해야 맛이요!
글은 써야 맛인데!
소인, 한동안 글쓰기를 게을리하였습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사온데 말하기 부끄럽지만 요리전쟁을 선포해 놓고도 반찬가게를 기웃거리다 소인의 입에 꼭 맞는 새로운 반찬가게를 찾아낸 것이 첫 번째 이유입니다. (이 에피소드는 다음에 풀겠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수능을 기점으로 본인이 수능 마친 고3도 아닐진대 이상하리만치 긴장감 떨어진 아들을 보니 요리해 줄 기분이 도통 나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소인의 아들 녀석이 학업에 정진하기를 게을리하는 것 같은 합리적 의심에 소인의 성정이 널을 뛰듯 오르내리어 차분히 글을 쓰기 어려웠음을 고합니다.
그렇다고 아들이 농땡이를 피웠느냐? 그것은 또 아닙니다.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오랜 시간 꾸준히 유지하는 자가 몇이나 되겠냐마는.. 소인, 그런 욕심을 부린 건 아닌가 돌아보고는 널뛰는 마음을 붙잡고 글을 씁니다.
소인의 가벼운 본성을 솔직히 드러내자면 아들에게 속사포 같은 잔소리를 강약중강약 박자 쪼개며 2시간가량 쏟아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다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얄팍한 모성애로 인생의 중요한 시기라는 세상의 잣대에 아들의 공부량을 저울질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반성과 더불어 아들의 진정한 독립을 돕기 위해서는 오롯이 스스로의 힘으로 가꿔나가는 과정과 시간이 필요하단 깨달음으로 참고 참고 또 참으며 여기 브런치에 잠시 쏟아냅니다.ㅎㅎ
실은 설거지하며 아들을 생각하다 문득 한석봉의 어머니가 떠올라 마음이 살짝 가벼워진 덕분에 글을 쓸 맛이 났습니다.
소인이 기억하는 스토리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한석봉이 3년간 글공부하고 돌아오자 어머니가 "너는 글을 쓰거라. 어미는 떡을 썰 테니.."하고 호롱불을 끄고 반듯하게 떡을 썰어낸 일화가 생각난 겁니다.
'어머니는 과연 석봉이가 3년간 게으름 피운 것을 과연 모르셨을까? 아시면서 3년을 묵묵히 기다려 주신 게 아닐까? 자식이 농땡이 피우는데도 떡 썰기로 비유된 어머니의 본분을 놓지않으셨다니 정말 대쪽 같다!이거야말로 조선판 걸크러쉬! 호롱불 딱 끌 때 석봉이는 얼마나 심장 쫄깃했을까? 글 쓰면서 얼마나 또 식은땀이 났을까? 다시 불 켜고 어머니의 가지런한 떡과 자신의 엉망진창 글을 보고 받았을 신선한 충격은 분명 동기부여가 되었겠지?'
뭐 이런 생각을 하며 아들의 학업은 모르겠고 나는 나의 본분을 지키며 그저 부모로 엄마로 어떤 삶을 보여줄 것인지 결정하고 실천하자는 마음가짐을 다졌습니다.
얼마간 요리는 조금 소홀하였으나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11시가 다되어 온 아들에게 간식상만큼은 매일 정성껏 차려주었습니다. 찍어놓은 사진이 두 장뿐이지만 3년을 기다렸다가 가지런한 떡살로 석봉이 정신머리를 잡아챈 석봉이 어머니를 본보기 삼아 한번 더 마음을 다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