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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요리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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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전쟁

소고기뭇국

<자칭 타칭 금손인 저는 요리에 있어서는 하위 5%의 똥손이기에 요리전쟁 글에서만큼은 제 주제를 파악하여 스스로를 '소인'이라 칭합니다.>


  겨울철 소인에게 가장 만만한 식재료는 '무'입니다.

제 몸집에 비해 상당히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자로 하여금 한 치의 고민도 하지 않게 하는 소박한 식재료!

11월 이후로는 시장이든 동네슈퍼든 대형마트든 어디서 사든 보장되는 실패 없는 시원한 맛!

냉장고에 일주일 넘게 두어도 변하지 않는 높은 저장성!

요리똥손에게 이만한 재료는 거의 없기에 겨울철 소인의 국요리 넘버원은 소고기뭇국입니다.


  소고기와 무, 물, 소금, 간장이라는 적은 재료로 끓이는 국이기에 언제나 한결같은 맛을 낼 수 있을 것 같지만 간단한 것이 때론 가장 어렵기도 하기에 어쩌다 한 번씩 뼈아픈 실패를 경험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간 소고기뭇국과의 전쟁을 위해 소인, 여러 요리선배들의 레시피를 흉내 내보았습니다.

어떤 이는 간 마늘을 투하하길 권했고, 어떤 이는 소고기를 미리 끓는 물에 한 번 데쳐내길 권했습니다.

어떤 이는 진간장만 쓰는 소인에게 국간장을 권했고(요리똥손주제에 갖가지 재료를 다 구비할 수는 없는 일..)

어떤 이는 마무리로 다진 파를 고명처럼 올릴 것을 권했습니다.


  복잡한 과정을 기억해 내기 힘든 아둔한 머리와 많은 재료를 구비해 두기 어려운 간소한 살림살이 및 긴 조리시간을 견디기 힘든 저질체력 등으로 가까스로 타협한 소인의 레시피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일단 소고기는 좋은 것을 삽니다. 이왕이면 한우 양지로!

(그 언젠가 대형마트에서 산 호주산 국거리 소고기로 끓인 소고깃국의 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비릿한 향은 코 막고 먹는다 치더라도 정말 싱싱한 풀을 먹고 자랐음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풀 맛 그윽한 국물맛은 정말!!)

2. 소고기 한 근에 참기름 한 숟갈, 진간장 두 숟갈을 넣어 조물조물 한 뒤 냄비에 넣고 볶습니다.

3. 소고기가 반쯤 익었다 싶을 때 나박 썰기한 무를 넣고 볶습니다. 소고기와 무의 비율은 1:3 정도

4. 무가 반이상 익었다 싶을 때 물을 1.5리터 정도 붓습니다.

5. 이제부터는 시간과의 싸움.. 째려보면서 30분 이상 푹 끓입니다.

6. 맛을 보고 천일염을 추가하여 간을 맞춥니다.

7. 한 그릇을 떠서 김장김치와 함께 먹습니다. 캬~ 맛 좋다!

이렇게 끓여낸 국은 깔끔한 맛을 자랑하기에 아들의 입맛에 아주 잘 맞습니다만 남편의 입맛에는 맞지 않습니다.

그는 마지막에 두부를 넣길 원합니다. 두부를 넣으면 국물이 탁해지고 두부 특유의 맛이 나서 소인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소인의 입맛에는 두부를 빼고 지금보다 더 깔끔한 맛을 위해 간 마늘을 살짝 넣는 것이 더 맞습니다.

셋의 입맛이 모두 다를 때 소인은 주로 아들의 입맛에 맞게 요리를 하지만 중년이 넘어가니 남편의 눈치가 보여 요즘은 두부를 추가하는 추세로 끓입니다.


소인의 건강이 매우 훌륭했다면 소인은 아마 그에게 이렇게 소리쳤을 겁니다.

"나중에 제사상에 두부 실컷 넣어서 올려줄 테니 지금은 그냥 빼고 먹어!!"

하지만 소인, 화목한 가정을 새치혀로 깨뜨릴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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