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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요리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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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전쟁

소고기유부초밥

<자칭 타칭 금손인 저는 요리에 있어서는 하위 5%의 똥손이기에 요리전쟁 글에서만큼은 제 주제를 파악하여 스스로를 '소인'이라 칭합니다.>


  누군가 소인에게 "네 자식에게 먹일 단 하나의 식재료를 꼽아보거라"라고 말한다면 소인 주저 없이

"한우요~~~ 한우! 한우요!!"라고 한우삼창을 외칠 것입니다.

시골에서 나고 자란 소인이기에 어릴 적부터 가장 귀한 식재료는 '소'였습니다. 소는 마을의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만 맛볼 수 있는 식재료였는데 그럴 때조차도 구이 같은 고급 요리는 상상할 수 없었지요. 소고기는 주로 커다란 가마솥에서 팔팔 끓여지는 국의 형태로 맛볼 수 있었는데, 그 국의 이름에는 '한우'가 들어갔으나 실제로 한 사발 떴을 때 그 존재감은 미약한.. 그리하여 주재료이되 부재료에도 미치지 못하는 양임에도 그 존재만으로도 먹는 이들을 만족시켰던 그런 식재료였습니다.

  중고등학교에 진학한 후 공부라는 벼슬을 달고부터는 종종 구이의 형태로 식탁에 오르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한우는 여전히 소인에게 희소한 식재료, 그리하여 최고급 식재료, 먹으면 왠지 호랑이 기운이 솟아오르는 식재료입니다. 

  그래서 아들에게도 소고기를 종종 구워주는데 안타깝게도 소인의 아들은 소고기를 열 점 이상 먹지 않는 식습관을 갖고 있습니다. 불고기도 그리 즐기는 편이 아닌지라 소고기를 다양하게 먹일 방법으로 소고기유부초밥에 도전해 보았습니다.


1. 구이용 소고기에서 기름기가 적은 부분을 골라 다지고 밑간 한 후 볶는다. (간장, 설탕, 마늘, 맛술)

2. 소고기가 거의 익었을 때 다진 당근과 애호박을 넣어 볶는다.

3. 다 볶았으면 밥을 넣고 유부초밥에 동봉된 조미액을 쭉 짜 넣는다.

4. 천지신명님께 빈다.(비나이다 비나이다 제발 맛있길 비나이다~)

5. 유부를 벌려 최대한 많이 넣는다.  

열개의 유부초밥을 완성하여 6개, 4개 나누어 담았는데 다행히 아들이 6개 접시를 선택하여 다 먹어주었습니다.


결과는 성공이었지만 이제와 그날 소인의 심정을 솔직히 고백하건대 이 날은 정말 요리하기 싫은 날이었습니다. 직장에서 일도 꽤 힘들었고, 마침 한 주의 중심인 수요일이라 소인의 기력도 좀 떨어진 상태였고, 그에 비해 아들의 심기는 금속도 갈아버릴 40번 사포처럼 거칠기가 최고조에 육박했기 때문입니다.

그의 상태는 마치 이빨을 드러내며 노려보는 사나운 짐승과도 같았기에 새로운 요리를 그의 앞에 내놓기가 매우 부담스러웠지만, 짐승을 길들이는 최고의 방법은 역시 먹이라는 생각에 이르자 도전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사실 구이용 소고기로 충동적으로 한 요리였기에 이는 한겨울 개울가에 뛰어드는 무모한 행동과 다를 바 없었으나 천지신명님이 도와주셨는지 그 맛만큼은 어느 유부초밥에도 뒤지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이번에도 성공~!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소인의 기력이 바닥을 칠 때.. 소인은 낙지탕탕이를 먹습니다.

소를 최고로 여기는 것은 진짜입니다. 하지만 지친 소도 일으켜 세운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로 소인의 보양식은 낙지로 정해졌지요.  

입안에 착 달라붙은 낙지의 빨판을 혀로 요리조리 떼서 꼭꼭 씹어먹는 과정에서 낙지의 강인한 생명력이 제게로 전이되는 기분을 느낌을 솔직히 고백합니다.. 낙지 미안~ 너무 자주 먹진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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