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알지만 그 누구도 다 알 수는 없는 교실이야기3
교실은 이런 곳입니다.(학생편)
by 무릉도원의 빛나는 복숭아 Jun 12. 2023
나는 00초등학교 4학년이다. 우리반은 25명인데 남학생은 11명, 여학생은 14명이다. 담임선생님은 여자선생님이고 '얼음물이 담긴 잔'처럼 성격이 시원시원하시다.(이건 우리반 어느 친구가 학교생활 설문에서 선생님을 사물에 비유한 건데 선생님 마음에 쏙 든 답변이라 하셨다.)
일주일에 다섯번 학교에 오는데 하루 정도는 오기 싫다는 생각이 들고 그 외에는 즐거운 마음으로 온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요일은 금요일! 수업을 다른 날보다 한 시간이나 더 하지만 주말을 앞두고 있어 컨디션이 최고로 좋다. 금요일 다음으로 좋아하는 요일은 수요일이고 세번째로 좋아하는 요일은 월요일이다. 화,목은 뭔가 어중간한 느낌이 들어서 별로다.
우리반은 학교에 오면 제일 먼저 서랍을 정리한다. 사물함에서 그 날 시간표에 맞게 교과서를 꺼내 책상 서랍 안에 정리하는 거다. 선생님께서는 오른쪽에 교과서, 왼쪽에 공책 이렇게 양쪽으로 나누어 정리하라고 하시지만 이것을 지키지 않고 마구잡이로 서랍에 넣었다 빼는 친구가 5명은 넘는 것 같다. 그래서 이런 친구들의 교과서나 공책 모서리는 약간 너덜너덜하다. 교실 책상은 앞에서부터 총 4줄인데 친구들에게 가장 인기 많은 자리는 2번째와 3번째 줄이다. 맨 앞자리는 뭔가 부담스럽고 맨 뒷자리는 뭔가 불편하다. 그에 비해 중간자리는 왠지 모르게 그냥 마음이 편안하다.
교실에 있는 동안 내 머릿 속에는 수많은 생각이 둥둥 떠다닌다. 이런 생각을 즐기기도 하고 얼른 흘려 보내기도 하는데 하루에 백가지가 넘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다녀간다.
'집에 가서 게임해야지' '아 오늘 학원 많은 날이네' '학원 가기 싫다'
'책상은 왜 이렇게 좁은거야. 책상에서 나가고 싶다'
'방귀 뀌고 싶은데 참을까 말까' '아.. 급똥...'
'앗! 지금 누구 방귀 뀐 거 같은데?' '쟤는 왜 맨날 코딱지를 먹지?'
'쉬는 시간은 왜 10분일까?' '쉬는 시간은 왜 이리 빨리 지나가는 거지?'
'쉬는시간인데 쟤는 왜 안 놀고 앉아있지?' '어? 저거 나도 가지고 싶다'
'00이는 왜 자꾸 시끄럽게 하는 걸까?' '계속 저러다 선생님께 혼나겠는데...'
'집에 가고 싶다. 학교는 왜 있지?' '아.. 이 과목은 도대체 왜 배우는거야?'
'주말이 4일이고 평일이 3일이면 안되나?' '오늘 급식 뭐지? 배고픈데...'
'아..피곤해~ 자고 싶다.' '쉬는시간 되려면 몇 분이나 더 남았지?'
'빨리 놀고 싶다' '쉬는시간 10분과 수업시간 40분을 바꾸고 싶다'
하지만 친구들과 놀 때만큼은 머리에 무슨 생각이 지나가는지도 모른다. 머리보다 마음이 바쁘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웃고 떠들고 장난치다보면 마음 속에 즐거움이 꽉 차서 머리는 자동으로 쉬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친구는 집착없는 친구, 거짓말 안하고 솔직한 친구, 배려심 많은 친구, 모르는 친구하고도 잘 어울리는 친구, 심한 농담은 하지 않는 친구, 많이 웃어주는 친구, 센스 있는 친구, 착한 친구, 재미있는 친구, 농담을 잘하고 내 농담도 잘 웃어넘기는 친구, 말을 예쁘게 하는 친구, 먼저 다가와 주는 친구, 나와 성격이 잘 맞는 친구, 약속을 잘 지키는 친구이다. 우리반에는 내가 좋아하는 친구도 있고 싫어하는 친구도 있지만 언제나 좋지도 언제나 싫지도 않다. 대체로 모두 잘 지내는데 좋고 싫고를 떠나 마음이 상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그럴 때는 선생님이 친구들 사이의 사건을 멋지게 해결해주시는데 우리반의 누군가는 그럴 때 선생님이 제일 좋다고 설문지에 적었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많은 친구들은 선생님께서 수업과 관련된 영상을 보여주실 때 가장 좋다는 의견을 많이 썼다. (가끔 눈치 없이 다른 것도 보여달라고 떼를 쓰는 친구도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선생님은 우리에게 영상을 많이 보여주시지 않는다. 대신 모둠활동을 자주 하는데 책상을 옮겨 모둠 만드는게 좀 귀찮긴 하지만 그래도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수업하는 것이 재미있긴 하다.
학생 입장에서 학교는 좁은 책상에 갇혀 있는 것이 따분하기도 하지만 친구들이 있어 즐거운 곳,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기에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고 내일도 다른 곳, 매일 다르기 때문에 오고 싶기도 하고 오기 싫기도 한 변화무쌍한 세계이다.
아이들 입장에서 쓰려니 내 생각이 반영될 것 같아 객관성을 부여하고자 얼마 전 무기명으로 조사한 설문 내용에 근거하여 적어봤다. 푸른색 글씨는 모두 학생들이 쓴 그대로인데 학교에 오기 싫은 날과 오고 싶은 날의 수는 응답평균값, 좋아하는 요일과 앉고 싶은 자리는 응답빈도가 많은 값을 사용했고 학교에서 하는 생각, 좋아하는 친구유형은 모든 응답내용을 다 담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