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알지만 그 누구도 다 알 수는 없는 교실이야기2

교실은 이런 곳입니다.(학부모편)

십년이면 강산이 바뀐다는데.. 교직 12년차에 접어들며 1학년부터 6학년까지 골고루 2년씩 경험한 나는 가만히 있는 강산도 번쩍 들어 옮길 수 있을 정도로 꽤나 자신감 넘치는 교사였다. 복숭아로 치면 수확 절정에 달하는 8월 중순의 상태로 상품성 최고조의 맛있는 복숭아라고나 할까?


딱 그 시기에 나의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했고 나는 학부모가 되었다.

교사로서 내 자신감이 넘친다고 아들 또한 학교생활을 잘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 당시 가족 중 누군가 내게 "아이가 학교에 가서 얼마나 잘 할 것 같냐?"고 물었을 때 "학업과 생활이라는 종합적인 성취도 측면에서솔직히 중간 이하일 것이다"라고 아들 몰래 말할 정도로 우리 아이는 또래보다 작고 늦은 아이였다.

그럼에도 아들의 입학은 내가 있는 세계로 아이가 들어오는 것이라 생각했기에 나는 학부모의 역할을 매우 수월하게 수행할 것이라 여겼으나 그것은 완전 잘못된 판단이었다. 교사로서의 학교와 교실은 학부모 입장에서의 학교나 교실과 전혀 다른 세계였기 때문이다. 같은 시공간인데 다른 차원의 문이 열린 느낌이라고나 할까?

내가 교사였기 때문에 나는 담임선생님께 궁금한 것을 여쭤보기 더 조심스러웠고 교사였기 때문에 아들의 학급 다른 학부모와 교류할 수도 없었다.(그녀들은 내 근무시간 중 아이들을 대동하여 놀이터에서 만나 교류하곤 했으므로...)

가장 어려운 것은 내가 교사의 눈높이로 살아왔기 때문에 아이의 눈높이에서 일어난 일들이 아주 생경하게 느껴졌고 이것은 곧 '아~ 이제 나는 모든 학부모의 요구와 민원을 이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르게 했다.

한 가지 일화를 소개하자면..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이던 시기에 내 퇴근시간까지 돌봄교실에서 지냈는데 그 즈음 교육청에서 화장실 전등을 모션센서 전구로 바꾸는 사업을 했었다. 당시 나는 6학년 담임이었고 화장실 전구가 바뀌어도 그저 '아~ 그런가보다' 하고 넘겼다. 하지만 아들입장에서는 달랐다. 돌봄학생들만 남아 있는 어느 흐린 날 오후, 아들이 화장실 변기에 앉아 볼일을 보고 있는데 용변에 집중하느라 움직임이 적어 모션센서 전구가 꺼졌다. 순간 깜짝 놀란 아들이 볼 일을 보다 벌떡 일어났고 바지에는 미처 조절하지 못한 용변이 주르륵 묻은 것이다.

연락을 받고 가 놀란 아들의 바지를 갈아입히며 나는 '아이들에게 화장실 전등에 대해 알려야겠단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는데 우리 아이같은 경우가 또 생길 수 있겠다. 얼마나 세심히 살펴야 이런 것도 아이들에게 전달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이런 일이 하나 둘 쌓이며 나는 '아이들 눈높이에서 교실은 어떤 곳일까? 학부모의 눈높이에서 이 일은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이렇게 전달하면 그들의 이해도에 도움이 될까?' 이런 것에 더 마음을 쓰기로 했다.


도무지 풀리지않는 다음과 같은 의문을 가진 학부모님이 많을 것이다.

'도대체 우리 애가 책상에는 똑바로 앉아 있을까?'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데 집중 안하고 딴 생각하는 건 아닐까?'

'학교에 가서 친구랑 한 마디라도 나누고 오는걸까? 구경만 하다 오는 건 아니겠지?'

'다른 아이들이 놀 때 옆에가서 같이 놀자고 말하는 편일까? 누가 말해주기를 기다리는 편은 아닐까?'

'밥은 얼마나 먹었을까? 집에서도 재촉해야 겨우 한 숟갈 뜨는데...'

'이 준비물은 왜 필요한 걸까? 어느 정도 크기로 몇 개나 준비해 가야하는 거지?'

'어젯밤에 잠을 설쳤는데 지금 교실에서 축 쳐져있는건 아닐까?'

'아침에 배 아프다고 했는데 지금은 어떨까?'

'이런 것을 질문하면 선생님이 어떻게 받아들이실까?'

'지금 연락해볼까? 이따 연락해볼까? 아니면 아는 엄마한테 먼저 물어볼까?'

'서랍과 사물함 정리는 하긴 하는걸까? 방도 이렇게 어질러 놓는데...'

'교과서가 이렇게 깨끗한데 수업시간에 엎드려 자지는 않겠지?'

'선생님이 물어보시면 대답이나 제대로 할까? 손들고 발표하는 경우도 있을까?'

'교과서나 학습지만 봐서는 도통 모르겠는데 도대체 얘가 어느 수준인거지?'


학부모의 입장에서 교실이라는 곳은 내 궁금증이 백 개가 넘더라도 어느 한 개도 속시원히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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