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살짝 입가에 웃음이 난다. 작년 가을쯤 처음 글을 올리고 약 두 달가량 나름 열심히 해본다고 책도 보고 글도 적어보고 했던, 그때의 모습과 오늘 책상 앞에 앉아 주제 없이 글을 쓰는 내 모습이 영 낯설기만 하다.
호기심은 제법 있는 것 같지만 금방 시들어 버리는 나의 열정으로 다시 글을 쓰려, 이 밤중에 나는 잠시 따뜻한 물 한 잔과 센티해진 내 기분을 살피며 어떤 글을 써 볼까..!! 하면서 일단 한번 생각 데로 타자를 쳐본다.
아는 지인은 매일 일기를 쓰며, 사각거리는 소리와 함께 그날 있었던 모든 감정을 녹여낸다고 했다. 신기하게도 마지막 점을 찍는 순간 모든 걸 잊는다고. 매일 일기 쓰는 것도 대단하다고 느끼지만 하루의 마무리를 미련 없이 끝낼 수 있다는 것에 한번 더 대단하다고 느낀다. 아무도 모르지만 나는 알고 있는, 나만의 소소한 감정 미련이 나를 이리저리 뒤척이게 만들고 현대인의 기초병인 불면증에 시달리는 나로서는 참으로 부러운 재능? 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매일 아침 보는 세상은 항상 새로울 것이며, 어떤 일들로 채워질지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힘차게 나아갈 수 있다는 시작이 있다는 것이 부럽다.
나는 오늘 어떻게 지냈을까. 하루종일 집에 있으니, 한창 꽃구경 갈 시기에 하루를 낭비했다고 핀잔들을 일은 없지만 그냥 쉬고 싶었다고. 밥도 잘 챙겨 먹고 빨래도 하고 이것저것 채널을 돌려보다 햇살이 쨍쨍할 때 낮잠도 잤는데. 하루에 마무리를 할 때가 오니 저 멀리 밀려오는 감정에 나를 돌아보고 하루를 돌아보니, 나의 오늘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만으로 가득할 뿐이다. 누가 혹여나 나에게 묻고 든 그냥.. 그냥 그렇고 싶었다고 아무 생각 없이 대답하려고 한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오늘하루를 보냈으니깐. 굿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