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휴학해도, 별 거 없더라

그냥 알바했어요.

by Nchips

휴학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놀고 먹었습니다. 11시쯤 넘어서 일어나고, 새벽에 잠이 드는 그런 루틴이요. 그게 기분이 그닥 좋지는 않았지만요. (왜냐면 건강이 나빠지는 걸 실시간으로 느꼈거든요) 그렇게 한 한 달 쉬었나? 쉬는 것도 꽤 힘이 들더군요. 이후에는 불안간과 압박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알바를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했던 빵집 아르바이트였습니다. 아, 아르바이트에 관해서도 참 할 말이 많은데.. 미루겠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있겠지요.


Firefly_an illustration of a young person working part-time at a bakery, wearing an apron and 491464.jpg 출처: Adobe Firefly 생성형 AI


아무튼, 결론부터 말하자면 막상 휴학해도. 별 거 없었습니다. 휴학하면 남들보다 뒤쳐질 거라는 생각도, 반대로 휴학동안 무언가를 열심히 할 거라는 생각도 모두 다 뻥이었습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정말 아-무 일도. 사실 인생의 80%는 그렇죠. 생각의 엑셀을 밟으면 작은 일에도 무너지는 게 사람인지라 실체없는 공포감에 휩싸이는 거죠.


알고는 있지만 항상 실패했었는데, 이번 기회로 깨달았습니다. 세상은 그저 돌아간다는 것. 내가 우울해도, 내가 불안해도, 내가 행복해도. 그게 오히려 저에게 위안이 되었습니다. 변하지 않는 것 속에서 점차 회복해나갔습니다. 그럼에도, 이유를 파헤쳐볼 필요가 있겠죠. 난 대체 왜 그렇게 힘들고 괴로웠던 걸까?


일단 첫 번째, 전공이 맞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도 그럴 것이,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이 100% 맞는 사람은 없죠. 그래서 그건 패스하기로 했습니다. 두 번째, 전공이 안 맞아.... 이런, 다시 원점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유밖에는 없었습니다. 전공이 맞지 않는다. 정말 절망적인 소식이죠. 12년 간 공부해서 온 대학인데, 이걸 살려서 취업해야 하는데, 이 길이 아니라니!!


좀 극단적인가요? 저도 처음엔 유난 떠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몸이 말해주더군요. 이거 아니라고. 그냥 공부하는 게 싫어서 그런 건지, 정말 하고 싶은 게 따로 있는건지 알아봐야 했습니다. 그날부터 적성검사, 진로상담, 나의 강점과 약점 파악, 세상의 직업이 뭐가 있는지 조사하기, 그리고 그걸 반복하기. 계속 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시작해서 알바 다녀오고 나서 잠에 들 때까지. 제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 뭘 싫어하는지. 어떤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지. 나의 재능이 뭔지.


Firefly_an illustration of a female college student sitting at a desk, surrounded by symbolic 599144.jpg 출처: Adobe Firefly 생성형 AI


어렸을 때부터 내가 했던 경험과 행동들, 성과들을 모두 적어놓고 샅샅이 분석했습니다. 아마 다음 화에서 그 과정을 자세히 다룰 텐데요. 아무튼. 그 노력이 헛되지 않았는지, 다음 학기는 꽤 버틸 만했습니다. 오히려 전공이 저에게 맞지 않는다는 걸 인정하고 나니, 후련하더라고요. 그리고 지금 내가 처해있는 현실과 조건을 고려해서 이걸 어떻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나가야 할지, 그걸 고민하니까 해답이 보이는 겁니다.


결론적으로는 휴학하길 정-말 잘했다!

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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