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즈카 향나무 가지치기
유엔기념공원 내 60여 년이 족히 넘는 가이즈카 향나무의 전지 작업 진행 중이다. 대형 크레인을 빌려 우리 조경사들이 1주일째 작업 중이다. 온통 가이즈카 향나무 자른 내음이 참배객의 후각을 자극한다. 사람들엔겐 어쩜 기분 좋은 냄새지만 향나무는 자기 상처의 쓰라림을 느낄진 모르겠다.
향나무 사이는 물론이고, 한 나무 내에서도 무성히 자라 틈이 보이지 않아 손으로 헤쳐보면 안쪽이 썩어 들어간다. 웅웅 거리는 전기 절단기로 작업 중인 직원에게 바람길을 내면 어떻겠냐고 선무당이 얘기한다.
무릇 나무만이 거리가 필요한 게 아니라, 부부간, 부모 자식 간, 친구 간, 직장 동료 간, 사람 간에도 숨을 쉴 수 있는 여백, 공간이 필요하다. 꼭 그래서 그런 건 아니지만, 나는 집사람과 몇십 년째 별도 방을 쓴다.
혹시 우린 주위 관계를 바람도 통하지 않게 빡빡하게 맺고 있지 않은지, 좀 더 여백을 가질 필요가 없는지, 가이즈카 향나무 전지 모습을 보며 엉뚱한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