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모르는 사이 잡초 뽑기 하나
영어 표현에 잡초 뽑기, 'weeding out'이란 말이 있다.
1년 만에 찾은 여주 아들집이다. 엄격히 말하면, 서울 우리 집과 번갈아 사용하는 일종의 세컨드 홈이다. 서울집은 출장 때문에 가끔 들리지만, 여주는 도통 오기 힘들다. 집사람이 7월까지 있을 때는 정원 관리가 나름 되었으나 그가 해운대로 합가 한 그 후에는 엉망진창이었을 것이다.
추석 연휴에 내려와 내 눈으로 확인했다. 오죽했으면 해운대로 앞집 주인이 연락이 와 망초가 너무 자라 씨를 뿌려 자기 집으로 날려온다며 잡초를 꺾어준다고 할 정도다. 속으로 되게 까칠하다고 생각했는데 와 보니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주집 오자 마자 제일 먼저 한 일이 작업복에 장화를 신고 정원에 나가 쭈그리고 잡초 뽑기다. 처음엔 쭈그리고 앉아 우아하게 풀을 뽑다가 나중엔 오금이 절여 할 수 없이 흙바닥이 텁석 앉아 잡초 뽑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손목이 마비되는 듯이 뻑뻑하다. 인생 2막으로 지금 내가 다니는 직장에서 주 3회 잡초 뽑기를 하시는 70대 중반의 아주머니 두 분이 생각이 난다. 얼마나 힘드셨을까. 연휴 후 복귀하면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겠다.
잡초는 참 생명력이 대단하다. 비가 조금 와 약간 땅이 젖었는데도 손으론 쉽게 뽑히지 않는다. 호미로 깊게 꼭 찍으면 잔뿌리가 머리카락처럼 몽실몽실 달려있다.
열심히 잡초 뽑기를 하고 있는데 집사람이 개망초는 손대지 말라고 한다. 개망초는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야생꽃이며, 이미 일본에선 정원꽃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특히 가을이 짙어가면 개망초꽃이 황홀하다고 한다. 그래서 연휴 후에도 손녀 백일 핑계는 대지만 개망초꽃을 기다려 보고 갈 속셈이 아닌지 모르겠다.
돈도 안 드는 소망인데 조심조심 풀을 뽑으며 새삼 잡초를 생각한다. 뭐가 잡초인가. 보는 관점에 따라 이렇게 다를 수 있다. 또 잡초는 통상 우리가 아는 것과는 달리 뿌리째 뽑아도 워낙 자생력이 강해 소용없다고 한다. 그저 낫으로 쳐내며 더불어 살수 밖에 없다고 한다. 잡초는 또한 약재로도 많이 쓰인다고 한다.
추석 연휴에 읽은 "숲에서 인생을 배우다(김종욱 지음)"에서도 다음과 같이 쓰여있다. "아스팔트 틉새나 돌 사이에서도 끈질기게 살아남는 잡초들은 조건이 맞을 때 까지 기다렸다가 순식간에 싹을 튀운다. 인간이 아무리 뽑아도 또다시 자라나는 것은 땅속에 수많은 씨앗들이 기회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잡초를 뽑으며 새삼 weeding out을 생각한다. 어느 조직이든 국가 운영이든 사람 걸러내기, 일종의 그들식 잡초 뽑기다. 동서고금 어디에나 자기 조직에 이데올로기에 맞지 않으면 적폐청산, ABC(Anything But Clinton, 전임 행정부 인사 자르기 의미) 미명하에 자르고 왕따 시키곤 한다.
잡초 뽑기 하며 혹시 잡초가 뭔지 다시 생각한다. 잡초들을 자세히 보면 잔디, 꽃, 나무 그리고 땅속 미생물과 공존하며 살아간다. 다름을 인정하고 자신과 맞지 않는 다른 생물들과의 공생의 자연 이치를 잡초는 실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