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폭, 눈높이 맞추기

남을 배려하며

by 동남아 사랑꾼

11월 해운대다. 은빛 물결이 해운대 너머 저끝 지평선까지 이어지는 듯 내 눈이 닿는 곳까지 반짝인다.



해운대 미포에서 송정 해변까지의 데크 길에 사람들이 많아도 너무 많다. 그 사이에 다리가 짧은 귀여운 강아지가 주인을 앞세우고 네발을 피스톤처럼 바삐도 움직인다. 갑자기 다리가 짧은 웰시코기인 우리 히꼬가 생각난다. 내보폭을 맞추려고 뛰다시피 하는 하는 모습이 겹쳐진다. 왠지 주인 놓치지 않으려는 강아지들이 애처로웠다. 다음부턴 히꼬를 앞세우고 내가 뒤따라가며 그의 보폭에 맞추려고 한다.


아이와 이야기할 때 빳빳이 서서 이야기하는 사람 보단, 무릎을 굽히고 눈높이를 맞추고 대화를 하는 어른들을 본다. 역지 사지의 자세의 그런 사람이 정치인을 하면 왠지 더 큰 일을 맡겨도 되겠다는 신뢰감까지 든다.


부산 대연동에 있는 유엔기념공원(구 유엔 묘지) 위병들은 신체 건강하고 키가 180 센티는 되는 군인들이 뽑힌다고 한다. 내가 전역 마치고 떠나는 이들을 만나 기념사진을 찍는데 그 군인이 나보다 20센티는 크다. 그런데 그들 중 어떤 이는 살짝 무릎을 굽힌다. 난 그가 너무 굽히는 게 불편할까 봐 살짝 뒤꿈치를 든다. 그렇게 서로 다른 두 사람들은 키를 맞춘다.


요새 지식인들은 봇물처럼 지식을 쏟아낸다. 그런데 먹물들은 어려운 용어를 섞어가며 설명한다. 대중 눈높이에 맞게 설명해 주면 좋으련만 어렵고 복잡하게 꼬며 너무 현학적일 때도 있다. 혹시 나도 그렇지 않은가 뒤돌아 본다.


하다못해 골프나 탁구칠 때도 고수가 한 단계 낮은 상대 파트너와 친선 게임할 때 핸디캡도 주고 살살 봐준다. 그게 함께 살아가게 삶의 지혜다.


해운대 넘어 청사포에서 바라보는 11월 첫 주말의 청명한 하늘에 고추잠자리 때가 이리저리 춤추며 지나간다. 살살 부는 바람에 몸을 맡기며 더불어 함께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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