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사는 모습

날씨, 부, 그리고 지식

by 동남아 사랑꾼


오늘 부산도 영하다.

나도 내복에 여러 겹의 옷을 겹쳐 입었다. 젊었을 때는 혈기 덕에 몸이 늘 뜨끈뜨끈했다. 그때 내 손을 잡은 집사람은 나를 “걸어 다니는 핫팩”이라 불렀다. 하지만 나이가 드니 영하 예보만 떠도 옷부터 두툼해진다.


이른 아침, 소대변을 보러 나간 히꼬도 소변만 누고는 집으로 들어가는 문 쪽으로 냅다 달린다. 억지로 끌고 가 대변을 보게 하면 못내 못 내더니, 밤새 참았던 떡가래 같은 똥을 시원하게 싼다. 털이 저리도 많은데도 부산 날씨가 추운 모양이다.


서울은 더 춥다는데, 두 아들과 며느리, 손녀 생각이 난다. 문득 서울역 일대에서 밤새 추위를 견뎠을 노숙자들의 모습도 떠오른다.


이 추위에도 부자들은 난방비를 아끼지 않고 잠옷 차림으로 아침을 열고, 지하 주차장에서 자가용을 타고 일터로 간다. 없는 사람들에게는 겨울보다 여름이 오히려 살기 좋다. 추워지면 사람들이 외출을 줄이고, 중소상공인의 하루 매출은 뚝 떨어진다. 손님이 많다면 돈 버느라 추운 줄도 모르겠지만, 전반적인 경기가 좋지 않은 요즘 같은 때에는 추위마저 겹쳐 얼굴에 그늘이 진다.


아침에 눈을 뜨면 일간지의 전문가 칼럼을 두루 읽는다. 그들의 지식의 깊이와 넓이를 새삼 감상하며, 나 자신을 견주어 본다. 오랫동안 지식을 팔고 사며 살아왔지만, 은퇴한 지금은 내 지식의 깊이와 폭에도 분명한 한계가 있음을 느낀다. 다른 지식인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지 모르겠다.


더구나 이제는 AI에게 묻기만 하면 금세 답이 나온다. 생존의 위협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유능한 지식 동반자가 생긴 듯 든든하기도 하다. 그동안 쌓아온 아세안 공부와 현장 경험 덕분에,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은 그럴듯한 질문을 던지고 정리할 수 있다는 점이 AI 시대의 또 다른 즐거움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지금 지식 소비자들은 어떤 지식을 원할까.

단순한 정보는 AI가 알려준다. 그렇다면 인간 지식인에게 무엇을 기대할까. 아마도 현장 경험과 축적된 전문 지식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능력 아닐까. AI 시대에 지식인과 지식 소비자는 어떤 관계를 만들어 갈 것인가. 이것이 지금 우리의 화두다.


나는 덜 추운 부산에 살고, 부자도 빈자도 아닌 삶을 살며, 지식인과 소비자의 경계를 오간다. 그래서 부산의 영하 날씨 속에서도,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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