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이에 대하여

나무와 사람의 상처

by 동남아 사랑꾼


숲해설 공부를 하면서 평소에는 잘 쓰지 않던 낯선 단어들을 많이 배운다.

그중에서도 유독 마음에 들어온 말이 하나 있다.


옹이.


처음에는 그냥 나무의 결 속에 생긴 단단한 매듭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숲에서 들은 설명은 조금 달랐다.


옹이는 나무에 난 상처의 흔적이다.

바람에 가지가 부러지기도 하고, 동물이 긁고 지나가기도 하고, 병이 들기도 한다. 그렇게 생긴 상처를 나무는 스스로 덮고 감싸며 살아간다. 겉으로는 매끈해 보여도 나무를 잘라 단면을 보면 그 속에 옹이가 선명하게 남아 있다고 한다.


옹이는 상처의 흔적이지만, 동시에 치유의 흔적이기도 하다.

나무가 상처를 품고도 계속 살아왔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낸 상처도 있다.

가지치기를 하면서 생긴 상처는 옹두리라고 부른다. 사람의 손이 만든 상처지만, 그 역시 시간이 지나면 나무 스스로 감싸며 치유한다.


성지곡 계곡 숲을 걷다 보면 푸조나무 줄기에 그런 옹두리가 여기저기 보인다. 둥글게 부풀어 오른 흔적들이다. 가까이서 보면 상처였다는 사실이 분명하지만, 멀리서 보면 그 또한 나무의 일부가 되어 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사람도 마찬가지 아닐까.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내면의 옹이가 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일 수도 있고, 관계에서 받은 상처일 수도 있고, 지나간 실패나 후회일 수도 있다.


나무는 옹이를 안고 살아간다.

그것을 떼어내지도 못하고, 없었던 일로 만들지도 못한다. 대신 상처를 천천히 감싸며 자신의 일부로 만든다. 그래서 옹이는 흉터이면서도 동시에 삶의 기록이 된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떨까.


우리는 종종 상처를 숨기거나, 지우려 하거나, 없는 것처럼 외면한다. 하지만 어쩌면 중요한 것은 지우는 것이 아니라 안고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인지도 모른다.


숲을 걷다 보면 나무들이 조용히 그런 이야기를 건네는 것 같다.


상처는 누구에게나 있지만

그 상처를 감싸며 살아가는 방식이

삶의 모양을 만든다고.


성지곡 숲에서

푸조나무의 옹두리를 바라보며

나무의 지혜를 다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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