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짭은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유엔묘지 작은 호수 언덕 위, 벚꽃 아래 놓인 의자에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이 앉아 있다. 하얀 꽃과 옅은 붉은 꽃을 오래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이 잔잔하다.
그들은 지금 무엇을 떠올리고 있을까.
한때 가슴속에 품었던 화양연화의 한 장면일까.
젊은 날 스쳐간 인연의 설렘일까.
아니면, 너무도 짧게 피었다 지는 벚꽃처럼 덧없음을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요즘 나는 나무와 꽃을 배우며, 예전에는 무심히 지나쳤던 것들을 오래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다.
작은 호수를 지나 공원 후문 근처로 가니, 최근 개방된 잔디 위에 벚꽃이 한창이다.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면 아직은 풍성하지만, 봄바람이 스칠 때마다 꽃잎이 하나둘 내려앉는다.
바닥에는 이미 꽃으로 수를 놓은 듯한 풍경이 펼쳐진다.
지금은 듬성듬성 흩어져 있지만, 곧 위의 꽃들이 모두 떨어지면 그 꽃잎들은 바람을 따라 어딘가로 흘러가겠지. 그리고 그곳에서 스러져 다시 땅으로 스며들 것이다.
어쩌면 그 꽃잎들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머물던 자리로 돌아가, 다시 뿌리가 되고, 언젠가 또 다른 꽃으로 피어나 화려하게 살다가 지게 된다는 것을.
벚꽃은 길어야 열흘 남짓 산다. 그러나 우리는 허나의 벚꽃이 이짧게 피는 벚꽃에 이어 또 다른 벚꽃이 펴 우리가 벚꽃을 1달이상 보기 때문에, 그리고 벚꼬치 피는 시기로 대학이 문을 닫는다는 표현처럼 벚꽃이 상경해 언론에 보도되기 때문에 벚꽃을 짧은 삶을 모르고 지낸다.
그 짧은 시간 동안에도 벚꽃은 사람에게도, 벌에게도,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준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나는 어떤가.
작년 이맘때도 이곳에서 벚꽃을 보았지만, 그때의 모습은 또렷이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그때도 봄의 시작을 느끼며 잠시 감탄했을 것이다. 그리고는 곧 다른 꽃으로 시선을 옮기며, 그 순간을 기억 저편에 묻어두었을지 모른다.
그리고 올해도 나는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있다.
문득 멈춰 선다.
낮게 드리운 가지 하나를 손에 잡고, 꽃잎 하나를 가까이 들여다본다.
이번에는, 이 순간을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
마음 한 곳에 조용히 담아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