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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남아 사랑꾼 May 13. 2024

Xico

여주댁 히꼬


오늘 여주 아침 메뉴는 어제 여주 도자기 축제 장마당에서 사온 여주산 인절미에 멕시코산 Xico 커피다. 진짜 히꼬는 식탁 밑에서 고개를 쳐들며 한입 달라고 애절한 갈망을 보낸다.


창문 밖으로 햇빛이 쨍쨍나고 저멀리 감자 대롱의 파란 잎 위로 희색 감자꽃이 빳빳히 고개쳐들고 있다.


얼마 전 멕시코에서 온 지인이 가져다준 Xico 커피가 드립망을 타고 똑똑 떨어진다. 멕시코 베라크루스주의 Xico산 커피다. 옆에서 먼저 한잔하고 있던 처가 귀국 전 마지막 여행지의 베라크루스 히꼬 방문을 이야기하며 그 커피라고 한다.


Xico의 스페인 발음은 '시코'가 아니고 '히꼬'다.  우리가 멕시코서 웰시 코기를 데려온다고 했을 때 가족 단톡방에서 우리 반려견 이름 짓기 공모를 했다. 둘째가 히꼬로 제안하며, 그 이유 우리 집에 오는 웰시 고향이 Mexico이고, 우리의 마지막 임지도 멕시코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멕시코를 생각하며 Mexico에서 'Me'를 떼어내고 Xico로 하자고 하여 다들 그 이름에 합의했다.


그때부터 우리 집 웰시 코기는 히꼬가 된 것이다. 또 진정 우리 가족원이 된 것이다. 이젠 집사람 다음 2인자의 자리를 꿰차고 있다. 어쩜 히꼬는 우리 둘째의 머리에서 나온 독창적 이름이 아니라, 베라크루스주 Xico에서 착안한 이름이 아닌가 모르겠다. 둘째에게 물어봐야겠다.


이런 잡념에 잠기다 보니 Xico 커피의 향기가 난다.  커피 향이 좋고 로스트를 잘해 그런지 연하다. 집사람이 역쉬 커피는 중남미산이지라고 한다. 지난주 출장서 가져온 동티모르 커피가 쓰다는 말은 안했지면 너무 진해 이를 견주어하는 의도된 말이고, 내가 브런치에서 최근 '동남아 사랑꾼'으로 작가명을 바꾼 데서 짐작하듯이 '동남아, 동남아' 하며 매사에 동남아가 좋다는 '동남아 바보'인 나를 비아냥 거리는 말이기도 하다.


Xico 커피 한잔 후 침대에서 브런치 글을 찍고 있는데 진짜 히꼬가 공을 물고 와 턱을 바치고 공을 침대 위에 내려놓는다. 공놀이 하자는 신호다. 이른 새벽부터 집사람과 한 시간 이상 축구 차기했는데도 성이 차지 않는 모양이다. 내가 계속 모르는 척하니 공놀이의 피로가 이제야 오는지 턱을 침대에 궤고 잔다.


Xico 커피, 우리 집 2인자 멕시코산 히꼬 그리고 저 멀리 반짝이는 감자꽃 흰색이 어우러지는 여주의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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