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고뇌
나는 Neflix 미국 영화와 드라마가 폭력, 불필요한 욕정 및 할리우드식 과장된 정의 장면으로 뒤범벅을 해 잘 보지 않지만, 연휴에 Zero Day 네플릭스 시리즈 6편을 보았다. 그간의 미국 드라마답지 않게 진실을 대하는 묵직한 리더의 고뇌를 느낄 수 있었다. 영화 '인턴'에 나온 드닐로의 중후한 연기 때문에도 이 네플릭스 시리즈가 볼만 하다.
은퇴해 회고록을 쓰며 조용한 삶을 즐기고 있는 물런(Mullen) 전 미 대통령은 현 대통령에 의해 전대미문의
사이버 공격을 받은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사이버 공격 조사 위원장에 임명된다. 위원장은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심문까지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우리의 비상계엄 시 발동할 수 있는 초법적 권한이다.
1분간 사이버 차단으로 대규모 인명(3,000여 명) 피해를 가져온 사이버 공격으로 은행은 물론, 모든 국사 인프라가 마비되고 국민들은 서로가 서로를 헐뜯으며 대립하고, 이 와중에 포플리스트적 인터넷 방송 진행자는 방송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거짓 선동하며 그야말로 혼란 그 자체였다.
재선을 앞둔 현직 대통령은 모든 데이터가 러시아로 향한다는 정부 기관들의 보고에 바탕으로 그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하고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을 지시하려고 한다.
한편, 물런은 CIA가 추진하다가 중단한 아메데우스 프로그램가 소시오패스 집단의 의해 개발해 자신이 타깃이 된 것임을 알아차린다. 아마데우스는 특정인의 정신상태를 약물을 통해 원격 조정할 수 있다.
물런은 연방 대법원 판사의 유력한 후보, 마약 복용으로 사망한 아들과 하원의원 딸을 두고 있다. 그는 재임 중 인기가 높아 재선을 눈앞에 두고 재선 포기를 했다. 그 이유는 유능하고 똑똑한 여성 비서실장 사이에 혼외 딸을 둬 재선 시 상처를 입게 될 이들을 위해 개인적 야망을 포기한 반듯한 인물이다. 하지만 마약 복용한 아들을 품지 못한 아픔을 안고 사는 한 아버지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는 미국 국민이 제일 신뢰하는 정치인이기 때문에 양당이 대립해 법안 통과도 못하고 국민은 니편 내 편 갈라져 서로 불신하는 상황에서 현직 대통령은 이 시점에서 국민이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 공격 조사 위원회 위원장에 임명해야 했다.
그가 여러 역경 속에서 밝혀낸 진실은 개인적으로 너무나 가혹한 것이었다.
사이버 공격은 하원의장과 양당 상 하원 의원 및 자신의 딸 하원의원과 미 첨단 기술 기업의 성공한 여성 기업인 등 소시오패스적 상류층의 음모였다.
이들은 양당 간 대립으로 의회가 법률 통과를 못하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이에 양쪽 지지자들 간 대립 또한 극한에 처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사회가 얼마나 연약한지 교훈을 주기 위해 1분간 인프라를 마비시키는 극약 처방을 하자는 것이었다.
여기에 물런 전 대통령도 그들의 자칭 선의의 계획에 동참하였던 것이나 막상 사이버 테러로 수많은 인명 피해가 나자 이 사이버 공격의 수장 격인 하원의장에게 찾아가 더 이상 공격을 중단하라고 하자 오히려 협박을 당한다.
이러한 사실을 안 물런은 하원의장을 만났는데 그는 물런에게 반란죄는 사형이라며 협박한다. 사실을 밝힐 경우 물런과 자신의 딸도 파멸에 이른다는 것이다. 물런은 아내가 남은 자식마저 희생시킬 수 없다는 모정은 말한다.
조사 결과를 앞둔 물런에게 미칠 현직 대통령이 찾아와 진실이 줄 파급, 또한 허원의원 딸에게 미칠 물런 개인에 대한 아픔을 감안, 여성 기업인 한 명에게 모든 죄를 씌우는 쪽으로 가자는 뉘앙스를 준다. 물런은 보고서를 그렇게 작성하고 양당 합동 의회에서 조사 발표를 하며 진실을 이야기한다. 이 모든 게 하원의장, 양당 상하원 의장 각 1명, 자신의 딸이자 연방 하원의원이며, 그밖에 동조세력이 있다고 폭탄 같은 진실을 폭로한다.
물런, 그도 정치인이기 이전에 한 가정의 남편이요, 아버지다. 그가 사이버 공격에 가담한 딸의 연루 사실을 밝힐 결정을 한 개인적 고뇌가 상상히 가지 않는다. 물론 딸도 자신의 잘못된 판단을 후회하고 책임을 지겠다고 했지만 아버지로서 또다시 자식을 먼저 보내야만 하는 그 심정을 헤아릴 수가 없을 지경이다.
이것은 드라마 속 이야기이지만 현실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내가 물런의 위치에 있다면 '진실이라는 공익'과 '자녀 보호라는 사익'의 선택지 사이에서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각에까지 미치고, 지금 한국의 정치 상황을 견주어 보면서 다시 한번 리더의 고뇌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