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수 노래 '행복이란'이 내 애창곡이다. 멜로디도 쉽고 혹시 부부 모임 있어 떠밀려 노래해야 할 때 하는 곡이다.
동남아에선 행사 후 가라오케가 필수 코스다. 팝송은 연습했지만 잘 안 맞아 때론 외국인들이 알지 못하는 이 노래를 한다. 뭐가 겸연쩍어 노래하기 전 사족을 붙인다. 마누라를 위한 노래라고. 클래식 K- 팝을 한국 원주민 발음으로 한곡 하겠다고 너스레도 뜬다. 그러면 최소한 부인들로부터 점수를 따고 들어간다. 물론 남편들에겐 욕을 얻어먹고 옆에 있는 마누라는 또 주책을 떤다며 상투적 수작은 그만하라고 하지만 말이다.
내가 뜬금없이 이 이야기를 신파조로 늘여 놓는 건 행복하면 우리 나이에 떠오른 게 이것이다 싶어서다. 물론 가사 내용엔 행복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없다. '당신 없는 행복이란 있을 수었다.'는 선언적 노랫말뿐이다. 어쩜 이 곡의 취지를 굳이 얘기하자면, 마누라와 함께하는 게 행복이라는 얘기일 지도 모른다.
내가 지금 느끼고 보는 행복은 2가지다.
먼저 그저 아무 일 없이 눈 뜨면 옆에 있고, 어디 가고 싶으면 같이 가고, 밥 같이 먹고 추우면 서로 온기를 느끼고 거 그런 일상적인 게 행복인가 싶기도 하다.
그러려면 너무 기대를 하면 안 되지 싶다. 혹시 내가 마누라를 포함 가까운 이들에게 멀리는 조금의 호의를 베픈 그 누구에게 반대급부를 기대하는 마음을 갖지 않으면 덜 불행하다. 만약 불행의 반대가 행복이라면 그런 거다.
또 다른 행복은 이런 거다.
내 주위, 이런 일상이 그저 고맙다고 자꾸 자신에게 말 걸기를 하면 주위와 세상이 달리 보인다. 행복한 마음이 든다. 아침 새소리, 맑은 공기, 창문 너머 정원의 새싹 돋음과 제철 꽃들을 보고 느끼고, 끔찍한 꽃무늬 커피잔에 연하게 내린 커피 한잔과 다들 제 길 가고 있는 자식들과 오랜 우정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해묵은 친구들, 이런 소소한 일상을 상상하면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진다.
어느 TV 드라마 '기막힌 유산' 마지막 회에서 주인공 아버지(김인환 분)가 죽으며 말썽 많은 자식들에게 말한다.
'한 세상 살아 보니 별거 아니더라. 바람 불면 바람 부는 대로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맞으면서 사는 거라고." 드라마 작가의 심파조 멘트이지만, 나도 60년을 살다 보니 작가의 신파조 대사가 가슴에 와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