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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설레고 있는가

그럼 당신도

by 동남아 사랑꾼


60살이 넘은 이 나이에 무슨 설렘이 있냐고 묻는 게 좀 뚱딴지같고, 철부지 같지만 난 요새 내가 언제 설레었고, 다시 설렐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한다.


최근 둘째 아들에게 '훅' 들어가며 물었다. 요새 설렘이 있냐고. 그는 결혼을 앞두고 있다. 1년이나 넘게 만나 결혼을 앞둔 보면 설렌다고 한다. 또 물었다. 그럼 그간 30여 년 살면서 설렌 적이 있는지 물었다. 인도네시아에서 학교 가기 전 가족들과 어린이 공원에 간 것, 외국에 살다가 서울 다시 왔을 때 초등학교 같이 다닌 친구를 학교에서 다시 만난다는 게 설레었다는 것이다.


내가 사는 동안 설렌 적이 있는지. 시골 초등학교 운동회나 소풍 가기 전 날 비가 올까 잠을 설치던 때의 걱정 반 기대 반에 잠을 설치며, 옛날 양은 도시락통에 가지런히 담긴 소시지와 우엉을 넣은 김밥과 삶은 계란을 먹을 것을 기다리는 그 설렘이다. 또 철들고 사귀던 첫사랑을 몇 십 년이 지난 다음 전철에서나 교보 문고에서나 어디서 우연히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그런 설렘도 있었다.


나에게 다가올 설렘은 무엇일까, 봄의 초록색 새싹과 가을 단풍과 눈 덮인 인왕산의 겨울도 나를 설레게 하고, 젊은 시절 고속버스 안 옆자리에서 그 누군가를 만나는 허황된 꿈도 다시 꾸면 주책일까, 어쩜 설렘일지도 모른다. 평생 동남아에 올인해 왔으나 2천 년 동남아 역사를 보며 과거 속에서 현실의 맥락을 읽는 재미 또한 설렘일 것이다.


당신도 지금 설레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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