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 KL 국제공항 & AirAsia
2014년 러시아의 크리미아 점령 때 러시아 지원 민병대가 격추한 말레이시아 국영 항공 MH 370편 사고기에 대한 기억이 난다.
당시 담당 국장으로 인도적 차원에서 C-130 수송기를 해상수색 작전에 투입을 국방부에 요청해 성사된 바 있었다.
2022년 러시아가 다시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19세기 Peter 대제의 대러시아 제국을 21세기에 부활을 꿈꾸는 뻔뻔한 푸틴의 MH 370 탑승 무고한 희생자들이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또다시 속절없이 죽음으로 몰리는 우크라이나 보통 사람들을 떠올린다.
바이든 행정부로 바뀌자 말자 트럼프의 미국은 이런 우크라이나를 팔 비틀어 휴전시키려고 하고 있고, 우크라이나 광물 지분까지 탐내고 있다.
세상은 이제 누가 말했듯이 '우아한 가식의 시대'가 가고, '정직한 야만의 시대'가 코앞에 와 있다. 정글의 법칙이 횡행하는 각자도생의 시대다.
어지럽고 비정상적인 상황은 바깠 세상만이 아니다. 작년 12.3 비상계엄 후 우리 사회가 겪은 혼돈 또한 만만치 않다.
4.4(금) 11시 22분 헌재 전원의 의견으로 대통령 탄핵 결정이 나서 그나마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지만, 이런 결과가 나올 경우 수긍치 않고 대규모 도심 시위를 하겠다는 예고 때문에 시내가 봉쇄될 수도 있어 광화문을 지나는 서울집을 들리지 않고, 부산에서 KTX 서울역- 인천 공항 직행 열차로 일치감치 MH 항공이 떠나는 인천터미널 1에 왔다.
당초 새벽 00시 10분 출발 예정이었는데 1시간 40분이 연착돼 02시 10분에야 떠났다. 부산서 오후 5시 KTX로 서울역에서 인천 직행열차를 타니 출발 4시간 전에 일찌감치 도착했다.
출도착 모니터엔 그 시간의 지연 편은 MH가 유일해 카운트에 물어보니 KL서 정비 때문이라고 하니 하무말도 할 수 없었다.
부산서 오후 5시 KTX로 서울역에서 인천 직행열차를 타니 출발 4시간 전이다. 평생 수없이 비행기를 탔지만 이런 늦은 저녁 시간 때우기는 처음이다. 요새 MZ세대는 일부려 공항에 놀러 온다고 하니 그들 따라 하기 하면 되겠다 싶었다.
그런데 21시 30분이 되니 공항 터미널 2층 전문식당도 다들 영업 종료해 어쩔 수 없이 귀빈실에 들어가 소고기 미역국, 일본식 야채소바 볶음, 잔치국수에 송이 크림수프까지 골고루 먹고 허기를 채웠다. 부산서 혼자 저녁 식사와 비교하면 사치다.
헌재 결정으로 정상으로 복귀가 되길 바라지만 니편 내 편 갈려 죽자 살자 싸우니 국내 또한 정글의 법칙이 횡행하지 않을까 우려스럽지만 현명한 우리 보통 사람들을 믿는다. 이미 10년 전 우린 이런 대통령 탄핵 경험한 경험치가 있기 때문이다.
이래 저래 심란한 마음으로 탑승하니 말레이시아 바틱에 머리를 올린 인도계 말레이시아 승무원과 태극기를 단 같은 차림의 단아한 한국인 승무원이 입가에 웃음을 띠며 "Selmat Datang(안녕하세요. 탑승을 환영합니다)"라고 건넨다.
기내 방송에서도 "말레이시아 친절(Malaysian hospitality)"를 느껴보라고 한다. 수없이 말레이시아를 왔는데 정확히 그게 뭔지 모르는데 이번 방문 중 몸으로 느껴보려고 한다. 하여튼 가식이 없어 보이고 웃는 표정에 얼굴도 밝다. 그런 데서 나오는 편안함이 있다.
실내 좌석 모니터 첫면에 코란 읽기와 기도 하기 세션도 있다. 이슬람 국교의 말레이시아답다.
늦은 밤 비행 편이지만 180도 눕히는 좌석에서 4시간 잤다. 집만은 못하지만 이 또한 사치다.
눈을 뜨니 아침 식사 메뉴를 묻는 나이가 듬직한 남자 승무원에게 "What time is it?"이냐고 물으니 잘 못 알아들어 다시 한번 다르게 질문했다. "Do you have the time?"이라고 하며 연이어 다시 내 왼 손목을 가리켰다. 언젠가의 데자뷔다. 그랬더니 현지 아침 시간 6시(서울시간 7시)이며, 도착 1시간 30분 전이라고 한다.
이런 하찮은 질문을 하다 보니 90년 미국 대학원 연수 중의 해프닝이 생각났다. 35년 전 일이다.
5월 볕이 따스롭게 내리쬐는 캠프스 잔디에 누워 파란 하늘을 보는데 금발 미 여대학생이 다가와 내게 묻는다. "Do you have the time?"내가 머뭇거리니 전 세계 공통 바디 랭귀지로 자기 왼 손목을 특특히며 다시 묻는다. 그때도 What time is it이라곤 묻지 않았으나 정신 차리고 시간을 알려 주었다. 난 시골 학교 때 엉터리 영어를 배워 What time is it만 시간 묻는 방법인 줄 알았다. Do you have (the) time이라고 하면 '너 시간 있냐'라는 말이라고 콩글쉬로 머릿속에서 번역했다. ㅠㅠ
내가 영어를 잘못 배웠고, 미국 자유분방한 사회로 착각해 '아 ! 나에게도 이런 행운이 오는구나' 하고 그 짧은 순간에 오만가지 상상의 나래를 폈든 기억이 있다.
이러는 사이 비행기는 서해를 지나 대만해협을 거쳐 남중국해 공해 위를 날고 있었다.
다들 동아시아 분쟁 지역이다. 서해는 EEZ가 미중 간 겹쳐 임시 중간선으로 관리 중이고, 때때로 민병대가 호송하는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으로 한중간 마찰음을 내는 곳이다.
비행기가 남으로 남으로 내려가면 서해를 지나면 대만 해협이 나온다. 조그마한 땅이다. 49년 장개석이 열세에 있던 마오쩌뚱에게 내전에서 져서 대만으로 도망친 곳이다.
그 이후 미중 간 대만 안보는 북핵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한반도와 중국과 동남아 5개국(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인니) 간 영토 분쟁을 겪고 있는 동아시아의 핵심 분쟁지다. 이들 세 곳이 미중의 전략적 경쟁의 최전선인 3대 동아시아 안보 지역이다.
싱가폴 동남아연구소(ISEAS)가 2019년 이후 매년 발표하고 있는 연례보고서는 남중국해 이슈가 항상 top 3 동남아 안보 우려사안으로 꼽을 정도다. 4.3(수) 발표된 올해 ISEAS 보고서도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공격적 행위를 top 1의 지정학적 우려 사안으로 꼽았다.
대만해협과 한반도의 북한 핵개발 및 미사일 발사는 최하위로 밀려났다. 북한의 불법행위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여 질까 봐 걱정이다. 트럼프도 북한을 핵보유국 용인을 시사하고 있어 걱정이 더하다.
우리 서해와 북핵 문제뿐 아니라 대만 해협 및 남중국해도 우리 안보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안이다. 국내 정부 교체의 어수선한 틈에 이런 실존적 위협(an extentional threat)에 대해 안이하게 대해선 안된다.
이런 생각에 빠져 눈을 잠깐 돌려
창문을 보니 왼쪽 동쪽으로 여명의 불그스름한 빛이 보인다. 1만 2천 미터 상공이고 어두워 바닷물은 보이지 않지만 좌석 모니터가 제공하는 위치 모니터엔 동남아와 중국 간 영토 분쟁지역인 남중국해 상공을 지난다.
이 글을 핸폰으로 치고 있는 사이에 기내 방송이 말레이시아어와 한국어로 나온다. 곧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청명한 날씨에 온도는 24도라고 한다.
내가 현직을 떠나 민간 전문가 자격으로 작년 서울에서 공동의장을 맡은 ARF 전문가. 명망가(EEP) 회의가 열리는데 주말을 이용해 일찍 와서 그간 수없이 말레이시아에 왔지만 수도에만 방문해 이번엔 맘먹고 중국계 화교들이 많이 사는 페낭(Penang)으로 간다.
그런데 MH가 지연되고 내 잘못으로 환승이 헷갈려 환승 2시간 전인데도 페낭행 AirAsia 편을 간발의 차이로 놓쳤다. 평생 엄청나게 비행기를 탔지만(약 150~200회) 비행기 놓치긴 처음이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인천에서 도착한 KL 터미널 1에서 AirAsia 전용 터미널 2(2017.2.13 김정은이 핫플레이스 '부킷 빈땅' 근처 한국식당에서 저녁을 하고, 저가 항공 AirAsia 타고 어딘가 가려고 하다가 이 터미널에서 독극 테러로 비명 횡사한 곳)로 가는 열차를 탔으면 환승할 수 있었다.
부산서 대신 티켓을 구매해 준 직원이 MH와 AirAsia가 같은 터미널 1이라고 해서 확인도 안 하고, 또 싼 게 비지떡인지 아고다 예약 확인서에도 터미널 구분이 없기도 했다.
하여튼 좌충우돌하며 탄 AirAsia 페낭 편이 제시간에 활주로를 미끄러지듯 Taxing 하며 KL 국제공항 터미널 2 활주로를 이륙한다.
기다려라, 페낭이여! 내가 이렇게 어렵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