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바로 쳐다보지 말기 습관
직장은 부산, 집은 서울, 이중 살림하는 국내산 기러기다. 벌써 7개월째고 마누라가 반려견 히꼬와 함께 5월부터 부산에 온다니 격주 부산~서울을 번갈아가는 횟수도 줄고, 그만큼 부산역 커피숍에 올 일도 맞지 않을지 싶다.
오늘 4.19에 일찌감치 나와 커피 한잔을 시켜 놓고 책을 보다가 고개를 돌리니 빵에 tall 사이즈 커피 한잔을 시켜 나눠 마시고 있는 옆좌석 부부의 대화소리도 엿 들리고, 맞은편 두 명의 젊은 여성 외국인들이 핸폰을 뚫어지게 보며 커피를 홀짝거리며 마시는 모습이 보인다.
나도 몰래 이 두 여성들을 바라보니 16년 전 일본에서 일할 때 집사람과 일본 온천에 갔던 해프닝이 떠오른다.
일본 온천은 온천장 내 우동리며 이런저런 먹을 게 많다. 뜨거운 온천탕에 담갔다가 다시 나와 음료도 수시로 마셔야 한다.
그때 우리 부부 앞에 중년 부부가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이 정겨워 보여 자꾸 눈길을 주었더니 그걸 느꼈는지 남편이 왜 자꾸 보냐고 항의성 핀잔을 준다. 나보다 옆에 있던 집사람이 더 당황하고 황당해했던 기억이다. 그때 이후 난 거리에서나 어디서 사람을 사람을 볼 때 살짝살짝 보는 습관이 있고, 대학 특강 때에도 눈길이 끌릴만한 특정 학생만 보지 않고 왼쪽쪽, 오른쪽, 중앙 그리고 앞쪽과 뒤쪽의 학생들을 골고루 보며 강의를 한다.
내가 그 일본 여성이 눈에 띈 건 아름다워서가 아니고, 그저 부인과 남편이 일본인 답지 않게 다정해 보여서 신기하기도 해서 본 것뿐이었다. 인간이 과거를 선택적으로 기억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나 또한 어쩌면 그 부인이 우아해 보여 자꾸 봤을지도 모르겠다.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때부터인가 난 사람을 뚫어지게 안 보고 슬쩍 보고, 또 보고 싶으면 딴 곳 보다가 다시 한번 슬쩍 본다. 요새는 그것도 안 한다. 사람대신 꽃과 나무를 뚫어지게 본다. 그들은 사람과 달리 그걸 애정으로 여긴다. 이래서 헤르만 헷세가 노년에 꽃가꾸기를 즐겨했을지 싶기도 하다.
커피숍에 앉아 상행선 기차를 기다리며 여성 외국인들을 보며 그 옛날 난처했던, 그러나 그 이후 좋은 교훈이 된 그날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