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mu를 마시며

인생은 달지도 쓰지도 않은 짬뽕

by 동남아 사랑꾼

Langham 호텔 서 바라본 자카르타 전경


1년 만에 동아시아 및 아세안경제연구소(ERIA) 이사회에 참석차 자카르타에 왔다. 이곳에서 두 번 일했고 수없이 출장 왔고 은퇴 후에도 몇 차례 온 곳이라서 익숙하다. 이번 회의도 아세안사무국에서 열려 장소도 낯설지 않았고, 로비에 오가다 만난 아세안사무국 직원들도 손 흔들며 수인사 및 눈인사를 한다.


특히 30도의 후덥지근한 날씨는 정겹기만 하다. 이런 소릴하면 잡사람은 웃긴다고 한다. 내가 마지막 해외 근무 자리를 인도네시아로 희망했을 때, 만약 가게 되면 자기는 안 따라가겠고 선언하면서 혹시나 중남미 가면 동행하겠다고 할 정도로 더운 자카르타를 싫어했다. 그녀의 저주대로 난 자카르타는 못 가고 중남미 멕시코 시티로 갔는데 그곳은 1년 내내 한국의 가을 날씨였다.


6.3 대선 발표날 여기 자카르타에 도착해 아세안 인사들로부터 새 대통령의 아세안 및 동남아 정책에 대한 질문 공세를 많이 받았으나 대통령 후보 공약집에 나온 실용외교 하에 '신아시아전략 및 글로벌 사우스와의 협력'이라는 개략적 내용으론 설명이 모자라 내 개인 생각을 전해 주는데 그쳤다.


우리의 종로에 해당하는 수드리만(Sudriman) 대로변에 위치한 랭햄 호텔(Langham) 고층 룸 58층에서 자카르타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호텔과 붙어 있는 최신 ASHTA 고급몰(파리바게트도 입점)이 있어 편리하고 호텔내 편의 시설은 고급이지만, 밤새 오고 가는 차량 소음과 젊은이들의 최선호 클럽이 근처에 있어 숙면을 취하기가 어려웠다. 나이 탓인가 2시간 시차 때문인가 싶기도 하지만 그렇다.


잠이 안 와 밖을 보니 주말 해운대 해변도로의 붉은 후미등 행렬 이상으로 차량 행렬이 길고, 그 사이로 오토바이들이 질주한다. 방콕이나 호찌민 등 갑작스러러운 도시화로 고충 건물이 우후죽순 생겨나 교통지옥이 된 여타 동남아 도시와 별반 다르지 않다. 어쩌면 더 심하다. 자본주의 욕망 때문에 이렇게 자연숲 대신 고층 건물 숲으로 빼곡하다.


블랙핑크가 머물렀고, 2023.10월 윤석열 대통령이 이곳 자카르타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시 사용한 숙소라고 하는데 로비도 건물 중간과 1층 로비 두 개가 있어 1층으로 나가려면 2번(60층 체크인 로비용 엘리베이트와 1층 로비용 엘리베이트) 엘리베이터를 갈아타야 한다. 불편하기 짝이 없고, 화재나 유사시 꼼짝없이 죽게 생겼을 정도다. 의전과 경호하기가 힘들었을지 싶다. 난 별로지만 회의 주최 측이 정해줘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변명할 뿐이다. 배부른 돼지의 변명으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


창밖을 바라보며 2년도 채 되지 않은 그때 지금의 나와 같이 잠이 안 와 창문을 바라보았을 전임 대통령 부부를 생각하면 무상한 인생사를 본다.


쌉쌀 달콤한 맛으로 생강 등 혼합 약재로 만든 인도네시아판 인삼인 주황색 빛이 나는 Jamu를 홀짝이며 '인생은 달지도 쓰지도 않은 짬뽕'이라는 멜랑꼴리 한 감정에 휩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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