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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씨꽃 당신

동백섬에 핀 꽃

by 동남아 사랑꾼

빨간색, 분홍색 그리고 흰색의 알록달록 접씨꽃이 동백섬 정자에 피어난다. 저 멀리 오른쪽 바다엔 이기대, 오륙도와 광안대교가, 왼쪽으론 달맞이 언덕과 흉물 LCT 위로 그 층수만큼 높이 떠 있는 6월 초하의 아침 태양, 하지만 아직 바다 바람이 불어와 선선하다.


자주 온 곳이지만 접씨꽃 당신이 있는 줄, 더욱이 이렇게 아름답게 뽐내고 있은 줄, 미처 몰랐고, 저 멀리 인간이 만들어낸 LCT나 광안대교를 초라하게 만드는 당신에 자연의 신비를 다시 한번 느낀다.



그렇지만 이 아름다움도 인간사의 생로병사 운명과 갱생의 삶처럼 곧 시들며 후손 어쩜, 또 다른 자신의 거름이 되어 다시 우리 곁에 다가오겠지.


정자 위로 난 최치원 동상이 서 있는 동백섬 정상 중간의 둘레길 흙길도 이제야 찾았다. 마누라가 와서 햇빛이나도 끄떡없는 '히꼬' 산책길을 찾다가 서울 구기동 백사실 계곡과 비슷한 곳이라며 발견한 곳이다. 지난 8개월 혼자 있으면서도 이런 게 있었다는 것을 미처 몰랐다. 흙냄새와 생물의 냄새가 아래 바닷바람을 타고 다가온다. 아침 햇살도 빽빽하게 들어선 동백의 숲을 뚫지 못하고 저 밖의 해운대 파도에만 반사돼 은빛 여울에 부닺치며 반짝일 뿐이다.


우린 주변의 소소한 일상을 이처럼 지나치다가 우연히 다시 본다. 잠시 멈추고 둘러보면 보이는 것들을 보지 못한 채 하루하루 바쁘게 지낸다. 저 아래 동백섬 아스팔트 둘레길을 질주하는 아침의 군상처럼 그렇게 보낸다.


곧 해운대는 1백만 명 인파니, 50만 명 인파니 하며 자극성 보도가 나오고, 그러면 내가 사는 이 해운대는 사람들로 북적될 것이다.


벌써부터 집사람은 서울로 여주로 피신 준비를 하고 있다. 지금 잠시 멈춰 하늘을 보고 주위를 살펴보면 당신 주위에도 접씨꽃 당신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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