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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홍을 심으며

화무백일홍

by 동남아 사랑꾼

내가 인생 2막을 이어가고 있는 부산 유엔기념공원(구 유엔묘지)에 분기마다 제철 꽃을 심는다. 이번엔 백일홍, 멜람 포디움, 맨드라미, 메리골드(2종) 묘묙을 1.5개월 온실에서 키워 6.17부터 공원 여기저기에 심었다.


백일홍 꽃이 달랑 하나 피었다(6.18)


백일홍 피기 시작한다(7.4)


먼저 노란색의 메리 골드를 심었다. 전분기의 금잔화도 노란색인데 차이점은 잎이 다르다고 한다.



노란색의 멜람 포디움은 온실에서 꽃을 피워 행정 건물과 기념관 사이에 심었다(6.17)


맬람포디움의 만개(7.10)


맨드라미는 수탉 부리처럼 빨간색이다. 옛날 어릴 적 감자전을 부칠 때 집 뒤뜰에서 자란 맨드라미를 따서 모양새를 냈는데 이 맨드라미도 식용인지 모르겠다. 맨드라미는 주묘역과 녹지구역 사이 보도의 안전 펜스에 있는 화분에 심었다. 그간 대이지가 심어져 있었는데 시들어서 보기가 싫었다.


안전 펜스에 걸려 있는 회분에 심은 맨드라미(6.17)


7월 더위를 이기고 있는 맨드라미(7.9)


겨울 팬지에 이어 지난 분기 때 심은 빨간색, 분홍색 및 흰색의 알록달록한 오스테우스 펄멈(일명 패랭이 꽃)이 심겨 있던 정문 왼쪽, 추모관 및 행정 건물 뒤엔 메리 골드와 백일홍으로 바꿨다.


메리 골드와 소풍온 유치원 아이들의 노란색 모자가 어울린다


지난 분기에 심었던 오스테우스 펄멈, 금잔화, 사루비아, 데이지가 3개월이 지나니 일부는 괜찮지만 대체로 시들시들하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이렇게 제 철을 지나간다. 지나가던 참배객도 더 이상 눈길을 주지 않고 '이쁘다, 이쁘다' 하지 않고, 성가스러울 정도로 코를 갖다 되며 향기를 맛고 사진을 찍는 모습도 없어 꽃들도 흥이 나지 않고, '아, 이제 나는 죽는구나'하며 생각하고 있는 그런 때 짖꿎게도 요 며칠 소낙비가 와서 낙화를 재촉한다.


이번에 심은 백일홍 꽃말은 종종 우리 인생사와 비유된다.


수호전 중국 무협 소설에 '화무백일홍, 인무천일호'란 말이 있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백일 이상 붉게 피어 있지 못하고, 사람도 천일 이상 좋게 지낼 수 없다"'는 뜻이다. 인무천일호(人無千日好)는

"사람은 천일 이상 좋게 지낼 수 없다"는 뜻으로, "화무백일홍"과 함께 쓰여 세상의 모든 것이 영원하지 않음을 강조한다.


또 권불십년 (權不十年)는

"아무리 막강한 권력이라도 10년 이상 지속될 수 없다"는 뜻으로, "화무십일홍"과 함께 쓰여 권력의 영원하지 않음을 나타낸다고 네이버에 보니 나온다.


60년을 넘게 살다 보니 화무백일홍의 의미를 이제야 조금 알듯 하다. 특히 길게는 5년마다 바뀌는 9~10번 바뀌는 정부를 보며 매 정부마다 잠시 있다가 가는데 마치 몇십 년을 하는 것처럼 과도한 의욕으로 가득 찬 경우도 여러 번 보았다. 그중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분들도 여러 분 보았는데 늘 끝은 그저 그랬다. 그분들도 몰랐을 것이다. 인생 화무백일홍을.


백일홍을 심으며 나의 화양연화도 어느 인간사의 화양연화도 영원하지 않는다는 어설픈 생각을 하면서도, 백일홍이 피어있는 백일 동안은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려고 한다.


곧 참배객들이 백일홍, 멜람 포디움, 메리 골드, 맨드라미를 보며 '아, 이쁘네' 하고 감탄사를 연발하는 모습과 소릴 들을 것이다.


이렇게 나의 6월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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