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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모아두면 달리 보이는 것들

by 동남아 사랑꾼

나는 컬렉션 한다.


우리 집엔 오래전에 인도네시아서 가저 온 세로로 된 바틱에 3.1절 기념식에 최근 77주년 제헌절 기념식 비표 겸 뱃지, 한싱가폴 수교 50주년 기념 뱃지, 한일 관계정상화 60주년 뱃지를 줄줄이 달아 놓았다.


마누라가 내가 나이 들어 늙은이 냄새가 난다고 매일 아침 뿌려주는 Jo Malone 향수 포장 박스와 최근 유엔묘지의 인턴으로 있다가 탄자니아 코이카 자원봉사로 가며 자신의 이름을 새겨 직원 모두에게 이임 선물로 주고 간 송월타월을 담은 주황색 포장 박스도 내방 책장에 버젓이 장식되어 있다.


2020년 말 멕시코에서 코로나에 걸려 급성 당뇨병 때문에 이제 매일 먹는 당뇨봉지와 당뇨에 좋다는 낫도 효소력 봉지, 세간에 뜨고 있는 드립용 싱가폴 Bacha 커피 봉지, 세계 바리스타 대화 나가 수상해 유명세를 타고 있는 부산 커피 Momos 커피 봉지 등 각종 쓰레기가 박스에 그득 쌓여있다.


이 모든 것이 이사 갈 때나 임시로 담아 놓은 박스가 여유가 없을 땐 쓰레기통으로 들어가 소각될 잡동사니지만, 지금 이 순간 이들이 주는 묘한 느낌이 나를 사로잡는다. 각자 주는 이의 마음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 줘 마음 한구석이 땃땃해 진다.


우리 주위에 그런 것들이 많다. 바로 쓰레기통에 들어가는 잡동사니


그들도 한때는 없어서는 안 될 것들이었데 쓰임새가 끝나고 나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버리진 것들. 우리 집에 있는 것들은 잠시나마 매일 우리와 눈을 뜨고 잠자리를 들며 함께하고 있는 운 좋은 놈들이다.


우리 인생의 생로병사도 그러진 않은가 하는 얼토당토 하지 않은 생각들이 떠나지 않는, 7월 비 오는 해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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