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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을 견디며

우리 인생에서 금년 여름이 최고 여름이라는 우스깡스러운 현실

by 동남아 사랑꾼

베스트셀러 작가 "모든 삶은 흐른다"의 로렌스 드빌레르의 신작 "삶은 여전히 빛난다" 에필로그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2025년 여름을 축약해 보여준다.


'습하고 덥다. 이제 여름은 계절이 아니라 불덩어리다. 폭염은 모든 것을 늘어지게 만드는 질병 같다.'


유엔기념공원(유엔묘지)의 백일홍도 내리쬐는 폭염에 못 견뎌 타들어가고 있다. 자연의 섭리에 살아가는 식물들이 갑작스러운 이상 기후 둔갑에 몸살을 않는다. 자연 잘못이 아닌, 인간의 욕망이 저지른 기후 탓이지만 그 피해는 동식물도 인간도 다 같이 피해자다.


폭염에 타들어가는 백일홍


얼마 전 나온 7월 전기세가 전달보다 15만 원이 더 나왔다. 바다를 바라보며 호캉스라고 여기며 방콕 한 탓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날씨 탓이다. 더워 에어컨을 켜지 않고는 지낼 수 없고, 특히 밤에도 에어컨 바람에 기대어 잠을 청해야 하는 지경까지 되었다. 일 년 내내 더운 동남아에서 에어컨 없는 한국의 자연풍이 그리웠던 때가 생각날 정도다. 평소 냉방을 질색하던 마누라도 내가 수시로 에어컨을 켰다 끈다 해도 모르는 척하고, 밍크코트를 입고 사는 반려견 '히꼬' 때문에라도 에어컨은 켤 수밖에 없다고 하며 우리 남은 인생에 이번 여름이 그래도 최고 좋은 여름이라며 위로 아닌 위로를 한다.


하기야 이대로 가면 내년, 내후년은 더 폭염이 찾아올 것이고 북극 빙하의 녹는 속도도 더 빨라지고 여기저기 낮은 지역 국가는 홍수에 시달리고 생태계 교란이 가중될 것이 불을 보듯 변하다. 미중 전략적 경쟁이 기후변화 등 전지구적 이슈에 대해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트럼프의 미국은 친환경 정책의 시계를 거꾸로 되돌리고 있어 국제적 공조도 기대할 수가 없는 지경에 까지 왔다.


살아가야 할 날들을 헤아릴 수 있는 우리야 어찌어찌 견디겠으나, 백일해를 안 맞아(요샌 할머니 할아버지도 미리 백일해 맞는다고 한다) 사진으로만 본 한 달 전 태어난 손녀가 평생 살아가는 세상을 생각하니 먼저 세대로서 책임감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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