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5 : 가파도 매표소 직원이 되었습니다

2023. 11. 30.

by 김경윤

다시(!) 가파도로 내려왔다. 이번에는 매표소 직원이라는 직업을 얻었다. 1년 알바계약직이지만 4대 보험도 된다. 다행이다. 하지만 처음으로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지내야 한다. 한 달 동안 집을 구하지 못하다가 내려와 하루만에 원주민을 만나 금세 집문제를 해결했다. 환대의 기적을 믿게 된다.


하지만 홀로 지내는 며칠이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알지 못하는 두려움과 외로움이 느닷없이 엄습해 오기도 한다. 그것을 견뎌야 할 나이가 되었지만 불안한 건 어쩔 수 없다. 기쁨을 누렸던 자들이 슬픔에 민감해지고, 꿈을 가져본 자들이 좌절을 감지할 수 있듯이, 나의 외로움과 불안함은 그동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다.


나는 쉬러 오거나 글 쓰러 온 것이 아니라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일하러 왔다는 사실을 늘 되새긴다. 작가가 아니라 생활인으로 살아가려 가파도로 온 것이다. 일단 이 일에 충실히 적응하고, 잘하고 싶다. 책 읽고 글 쓰고 강의하는 것보다 친절하게 표를 파는 일이 우선이다. 이 우선순위를 잊지 말고 기억하자.


가파도가 나에게 보여주는 모습과 들려주는 소리를 어린아이처럼 신기해하며 경험하고 싶다. 우선 만나는 모든 것과 인사해야지. "안녕하세요. 가파도 매표소에서 새로 일하게 된 직원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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