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가파도로 내려왔다. 이번에는 매표소 직원이라는 직업을 얻었다. 1년 알바계약직이지만 4대 보험도 된다. 다행이다. 하지만 처음으로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지내야 한다. 한 달 동안 집을 구하지 못하다가 내려와 하루만에 원주민을 만나 금세 집문제를 해결했다. 환대의 기적을 믿게 된다.
하지만 홀로 지내는 며칠이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알지 못하는 두려움과 외로움이 느닷없이 엄습해 오기도 한다. 그것을 견뎌야 할 나이가 되었지만 불안한 건 어쩔 수 없다. 기쁨을 누렸던 자들이 슬픔에 민감해지고, 꿈을 가져본 자들이 좌절을 감지할 수 있듯이, 나의 외로움과 불안함은 그동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다.
나는 쉬러 오거나 글 쓰러 온 것이 아니라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일하러 왔다는 사실을 늘 되새긴다. 작가가 아니라 생활인으로 살아가려 가파도로 온 것이다. 일단 이 일에 충실히 적응하고, 잘하고 싶다. 책 읽고 글 쓰고 강의하는 것보다 친절하게 표를 파는 일이 우선이다. 이 우선순위를 잊지 말고 기억하자.
가파도가 나에게 보여주는 모습과 들려주는 소리를 어린아이처럼 신기해하며 경험하고 싶다. 우선 만나는 모든 것과 인사해야지. "안녕하세요. 가파도 매표소에서 새로 일하게 된 직원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