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철학

2023. 12. 10

by 김경윤

개인의 본성이라는 허구에서 진실은 우리 각자에게 좋은 삶은 선택되는 것이 아니라 발견된다는 것이다. 우리 자신이 내렸다고 믿는 결정에서 좋은 삶이 나온다고 할지라도 우리의 경험은 우리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좋은 삶은 당신이 원하는 삶이 아니라 당신이 만족하는 삶이다. 형이상학을 제거한다면 이것은 스피노자의 코나투스 관념이고, 우리 안에 도를 따라야 한다는 도교의 믿음이다.


렇게 우리는 다른 모든 생명체와 하나가 된다. 인간은 다른 동물보다 높은 지위에 있지도, 낮은 지위에 있지도 않다. 가치의 우주적 척도도 존재의 거대한 사슬great chain of being도 없으며, 어떤 외적 기준으로도 삶의 가치를 판단할 수 없다. 인간은 인간이고 고양이는 고양이다. 차이점은 고양이는 우리에게 배울 것이 아무것도 없지만, 우리는 고양이에게 인간의 삶에 수반되는 부담을 덜어내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우리가 포기할 수 있는 한 가지 부담은 완벽한 삶이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우리의 삶이 필연적으로 볼완전하다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삶은 완벽에 대한 어떤 생각보다도 더 값지다. 좋은 삶은 당신이 살 수도 있었을 또는 이제 살 수도 있는 삶이 아니라 이미 살고 있는 삶이다. 고양이는 자신이 살지 않은 삶을 아쉬워하지 않으므로, 여기서 고양이는 우리의 선생이 될 수 있다. (173쪽)



가파도 매표소에 취직하면서 이 고양이 섬에서 내가 제일 먼저 해야 될 일은 고양이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도서관 회원이 되고 나서 고양이 관련 책을 5권을 대출했다. 그중에 2권을 읽었으나 소개할 만한 내용이 없어 글쓰기를 패스했는데, 드디어 3권째에 딱 걸렸다. 철학자 존 그레이가 쓴 《고양이 철학-고양이의 삶의 의미》라는 책이다 200여 쪽 남짓되는 분량의 이 책은 얇다고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되는 책이다. 동서양철학과 문학으로 오고 가며 고양이와 인간의 본성을 비교하고 있는 철학책이다. 문장이 압축적이고 탄탄하며 문학적이라 깊이 있는 독서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위 인용구는 거의 마지막에 결론조로 쓴 문장들이다. 앞에서 한 이야기들을 압축해 놓은 저자의 진술이 멋지다. 그다음으로 '잘 사는 방법에 대한 고양이의 10가지 조언'이 소개되어 있는데, 목차만 소개한다. (이 정도로 소개하는 것이 스포일러를 막는 방법일까?)


1. 인간을 합리적으로 설득하려 하지 마라.

2.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고 불평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3. 당신의 고통에서 의미를 찾지 마라.

4. 타자를 사랑해야 한다고 느끼는 것보다 무관심한 것이 낫다.

5. 행복을 좇는 것에 대해 잊어버려라. 그러면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6. 인생은 이야기가 아니다.

7. 많은 소중한 것이 밤에 발견되니, 어둠을 두려워하지 마라.

8. 수면의 즐거움을 위해 자라.

9. 당신을 행복하게 해 주겠다고 하는 사람을 조심하라.

10. 좀 더 고양이처럼 사는 법을 배울 수 없다면 기분 전환의 인간 세계로 미련 없이 돌아가라.


<보너스>

마지막 2쪽을 복사하여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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