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카레가 어려서 그런지 사료를 잘 안 먹네. 내가 습식사료가 하나 있는데 이따 카레 보면 줘요."
"알았어요."
마당에 나타나는 고양이 중 가장 어린 카레.
아내가 가파도에 방문한 후 변화는 우리 집 마당을 방문하는 고양이들이 아내와 더 친해졌다는 것. 나는 문을 닫아놓고 사는데, 아내는 방충망만 닫아놔서 고양이들이 집안의 동태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아내가 반찬이나 찌개를 만들면 고양이들이 방충망 바깥에 서서 야옹거린다. 아내는 고양이들에게 뭐라고 대꾸를 하고.
마당고양이들의 이름을지은 것도 아내다. 내가 마당에 나와 앉아있는데, 고양이들이 찾아와서 아내더러 이름을 지어달라 했더니 순식간에 감자, 가지, 카레라고 말한다. 육식동물에게 채소 이름을 붙이는 것이 미안하지만 이름이 귀엽다.그냥 그렇게 부르기로 한다.
감자는 우리 집 터주대감 노릇을 하는 노랑 점박이 고양이다. 골목 서열은 아래 같은데, 아예 마당 근처에 머물고 있다. 회색 줄무늬 고양이인 가지가 나타나면 부리나케 도망가지만, 그렇지 않다면 마당에 누워 재롱을 보여주는 것도 감자다.
감자 뒤에 카레가 보인다. 감자가 언니이거나 엄마 같기도 하다. 둘이 엄청 친하고 같이 다닌다.
마당의 두목은 가지다. 덩치도 제일 크고, 먹이를 먹을 때도 가장 먼저 먹고, 가지가 자리를 차지하면 다른 고양이들은 주변에서 눈치를 본다. 하지만 가지가 폭력적이지는 않다.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있다고 할까. 가끔 가지 곁에 노랑 고양이가 따라다니는데 둘이 커플? 좀 더 관찰해 봐야겠다.
멋진 줄무늬 털과 눈빛을 가진 가지.
간혹 등장하여 밥을 먹는 검정 점박이 고양이가 있는데 아직 이름을 못 정했다. 경계심이 강한 고양이라 나만 보면 줄행랑을 친다.흰 바탕에 검은 점이 있으니 젖소라고 이름을 지을까 하다가, 깔깔대며 우유라고 짓기로 한다. 아내도 좋다고 한다. 우유야, 도망가지 마라. 안 잡아먹는다.
김밥이라고 지을까? 찐빵도 괜찮겠다. 젖소? 우유는 어떨까?
그밖에 가끔 출몰하는 고양이들이 있는데, 이름을 붙이기에는 그 출몰빈도가 낮아 대기 중이다.삼색고양이를 보면 재수가 좋다는 속설이 있는데. 행운이라고 후보로 올려놓는다. 옆에 무뚝뚝한 노랑 고양이는 단무지라고 부를까?
어쨌든 우리 집 마당에 출몰하는 고양이들은 대략 7~8마리 정도다. 자주 보면 경계도 줄어들고 친해지려나. 아예 생선이나 캔으로 뇌물을 먹이고 꼬시는 방법도 있지만, 일단은 밥이나 거르지 않고 충실하게 주기로 한다. 우리 마당 식구가 된 것을 환영한다. 차차 알아가도록 하자. 굶기지는 않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