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바깥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소리에 놀라 새벽에 일어났다. 나야 집안에서 바람을 피할 수 있지만, 우리집 마당 고양이들은 이 거센 바람을 어떻게 피할지 걱정이다.
어제 집으로 돌아 오니 마당에 있는 고양이 급식소 안에 비바람이 몰아쳐 사료가 다 물에 잠겨 있었다. 날씨도 추운데 밥도 못 먹으면 안 될 것 같아, 급히 보일러실에 고양이 풍랑대피소를 마련했다. 보일러실은 화장실을 겸하고 있어 내가 사는 데는 조금 불편하겠지만, 밖에서 비바람에 떨었을 고양이들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벽 쪽으로 스티로폼 상자를 놓아두고, 젖지 않은 사료와 깨끗한 물을 새로 마련했다. 그리고 추위로 고생했을 냥이를 위로하는 마음으로 처음으로 고양이캔을 깠다. 캔을 까자마자 냄새를 맡고 감자(노랑), 가지(회색), 우유(검정)가 보일러실로 들어왔다. 캔을 까니 건식사료는 아랑곳하지 않고 캔으로 달려들어 경쟁하듯 으르렁대며 습식 사료를 먹는다.
가지가 제일 오래 먹었고, 우유가 두 번째, 감자는 꼬레비로 먹었다. 감자는 새로 마련한 스티로폼 상자 속으로 슬쩍 들어가더니 여러 군데 냄새를 맡아보고, 슬그머니 앉아 본다. 비 내리고 바람 불면 이곳으로 대피했다가 나가렴. 속으로 이야기하며 마당 고양이들의 안녕을 빈다.
여름이 되면 창고를 개조해 고양이 아파트를 만들어 볼까 구상 중이다.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모양을 상상하며 아파트 재료를 종이상자로 할까, 나무상자로 할까 궁리하는 나를 보며 피식 웃는다. 너나 잘하세요. 고양이들이 비웃을 것 같다. 에이, 아직 새벽이니 이불속으로 들어가 못다 한 잠이나 자야겠다. 하아아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