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흐른다

2024. 2. 5.

by 김경윤

"여보, 내가 마당냥이들을 자세히 관찰하며 생각해 보니까 지난해 가파도 한 달 살이할 때 키웠던 그 고양이들인 것 같아?"

"정말?"

"응, 여보가 감자라고 이름 지은 노랑점 고양이가 내가 작년에 돌봤던 먹자 같아. 사진을 확인해 봤더니 이마에 점 두 개가 똑같아."

"우째, 그런 일이. 한 달 살이 했던 집하고 지금 사는 집이 가까워?"

"우리 집에서 직선으로 10미터도 안 돼. 지금 그 집이 비어 있거든."

"그래서 먹이 찾아 당신 집까지 온 거구나. 감자가 자기에게 친하게 굴었던 것도 그 때문이고."

"응, 지난번 사진이랑 비교해 보고 소름이 돋았어."

"인연이네."

"인연이지."

"잘해줘야겠네."

"그러게 말이야."


며칠 전 아내와 통화 내용이다. 감자가 나한테 워낙 친한 척을 해서, '얘가 왜 이러나?' 싶어서 '혹시?'하고 지난해 한 달 살이한 책을 찾아서 살펴보았더니 영락없이 그 고양이 먹자였다. 다른 아기 고양이들을 먹이기 위해 솔선수범하여 새벽마다 문과 창을 긁으며 울어댔던 어미 고양이다. 궁금하시면 여러분도 지난해에 썼던 브런치북 <고양이 집사로 가파도 한 달 살기>를 읽어보시길 권한다. (덩달아 응원도 해주면 땡큐 베리 머치다.)


[브런치북] 고양이 집사로 가파도 한 달 살기 (brunch.co.kr)

이 책에 등장하는 작년 7월에 돌봤던 고양이들을 다시 소개해 볼까.

새끼 고양이 달리자(왼쪽), 싸우자(오른쪽)
어미 고양이 먹자(왼쪽) 새끼 고양이 숨자(오른쪽)
꽃과 놀고 있는 새끼 고양이 놀자(왼쪽) 고양이 가족 단체 사진(사진 속 맨 앞 꼬리 잘린 고양이가 어미 고양이 비비자)


지난 해 7월 한 달 살이했던 내용을 정리한 책자를 훑으면서 상념에 잠긴다. 그때 인연으로 지금의 내가 이 자리에 있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고마운 시간이었다. 추억은 뒷장으로 넘기고... 자, 그럼 지난해 7월에 내가 돌본 고양이들과 현재 우리 마당으로 찾아온 고양이들을 비교해 보자. 왼쪽이 과거고 오른쪽이 현재다. 여러분도 비교해 보시라. 먼저 감자(옛 이름 먹자)다. 아직도 맛있는 음식을 보면 새끼를 챙기는 버릇이 여전하다.

다음은 우유(옛 이름 달리자). 얘는 아직도 나만 보면 먹다가도 도망친다. 달리기 명수다.

어쩌면 얘가 싸우자? ( 얼굴의 반은 하얗고 반은 줄무늬이다. 비교해 보면 볼수록 꼭 같다.)

그럼 혹시, 얘는 놀자? (저 호기심 어린 눈빛이 영락없이 놀자다.)

생각해 보니 꼬리 잘린 어미고양이 비비자는 며칠 전에 본 듯하고, 잘 숨는 숨자는 본 듯 못 본 듯 알쏭달쏭(?)하다. 마저 찾아봐야겠다. (지명수배를 해야 하나?) 어쩌면 아래 고양이가 숨자인 듯 하다. 나만 보면 숨는다.

숨자가 저렇게 변했나? 저 고양이는 나만 보면 숨던데.

만약에 네 마리의 고양이가 맞다면 자식 세대는 다 찾은 것이다. 옛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을 생각하면 고맙고 고마운 일이다. 이렇게 옛날 사진을 찾아보고, 현재 사진과 비교하며 추억 더듬기를 하는 것은 오늘 풍랑주의보로 하루 종일 결항이라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시간이 많으면 여유가 생기고, 여유가 생기면 뭔가 하고 싶어진다. 오늘 나는 고양이를 탐구하고 있다. 시간이 없는 자는 현재를 살고, 시간이 많은 자는 역사를 산다? 인간의 역사뿐 아니라, 고양이들도 역사가 있을 터이니, 이것도 인연인데 이들 고양이의 삶도 잘 관찰해 봐야겠다. 어쨌든 다시 찾아와 줘서 고맙다. 만나서 반갑다. 좋은 인연 계속 가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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