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 매표소 뒤 자전거 대여소

2024. 1. 18.

by 김경윤

날씨에 결정적인 영향을 받는 것은 매표소 직원인 나뿐 아니라 대부분의 가파도 주민들이지만, 그 영향력이 나보다 더 큰 것은 매표소 뒤 자전거 대여소이다. 일단 배가 뜨지 않으면 매표소나 자전거 대여소나 놀기는 매일반이지만, 설령 파도가 높지 않아 배가 뜨더라도, 바람이 세게 불거나 비가 내리면 관광객들은 자전거를 빌리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단체 관광으로 1시간 여유만 가지고 가파도에 오신 분들도 자전거를 빌리지 않고, 가운데 길을 따라 중간쯤 가서 전망대에 올라가 사진 몇 장 찍고 돌아가는 것이 관행처럼 되어 있다.

가파도는 해안로가 4킬로 정도 되기 때문에 걸어서는 한 시간 안에 다시 배를 탈 수 없다. 그러니 가장 아름다운 해안로는 가보지 못하고 다시 배를 타고 가파도를 떠나게 된다. 비싼 입도비를 들어 관광을 왔지만 결정적으로 관광을 하지 않는 희한한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물론 2시간 정도 여유를 가지고 들어왔다면 해안가도 천천히 둘러보고, 간단한 식사도 할 수 있지만, 더 여유롭게 여행을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전거를 대여하는 것이다. 하루 대여비가 5천 원(2인용은 1만 원)이니 비용이 들기는 하지만, 자전거로 해안로를 따라 다 돌아도 30분밖에 걸리지 않으니 더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자전거 대여를 권장하는 이유는 관광의 편익만을 위한 은 아니고, 가파도 마을회의 주수익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자전거 대여업은 주로 가파도에 사시는 노인들의 일자리이다. 벌어들인 돈의 반은 마을회로 들어가고, 나머지 절반으로 일하시는 분들이 나누는 일이라 자전거를 얼마나 대여했느냐가 이 분들의 복지에 큰(?) 영향을 끼친다. 그러니, 1시간을 끊고 들어오신 분이든, 2시간을 끊고 들어오신 분이든 날씨가 좋다면 자전거를 타고 가파도도 만끽하고, 노인들도 도와주는 일거양득의 즐거움을 누리시길.

나는 아침 8시 반까지 출근하면 되지만, 매일 8시면 출근해서 30여분을 자전거를 밖으로 꺼내 정리하는 일을 돕고 있다. 나에게는 한 푼도 떨어지지 않는 자원봉사지만, 가파도 주민으로 한 살이라도 젊은(?^^) 내가 더 열심히 자전거를 옮긴다. 그렇게 손을 거들면, 빠른 시간 내에 자전거가 나란히 손님을 기다리며 멋지게 도열하는 풍경을 볼 수 있다. 그 멋진 도열장면을 보면서 달달이 커피 한 잔을 얻어먹는 것도 인생의 단맛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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