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 여목여석(如木如石)

2024. 2.19.

by 김경윤

풍랑주의보가 떨어져서

자동으로 쉬게 된 하루.

밀린 잠도 자고

밀린 빨래도 하고

밀린 게으름도 부린다.


점심으로는 김치부침개를

가파도에 놀러 온 후배들을 위해

넉넉히 부치고,

창문 현관문 열어 환기하고,

마당에 나와 의자에 앉아 멍 때리기.


나무처럼

돌처럼

가만히 조용히

바람소리 듣는 시간.

지나가던 길냥이들 마당으로 들어와

밥도 먹고 마당에 누워 꾸벅꾸벅 졸고

고난도 요가 자세로 그루밍도 하고.


시간도 한가한 듯

바람 따라 머물다 간다.

파도가 거세게 일든

물안개가 자욱하든

나른한 하루.

나도 고양이 따라

꾸벅꾸벅 졸음을 따라간다.


고요하다.

나무처럼

돌처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이대로 천 년을 보낼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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