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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윤 Mar 07. 2024

장자를 달린다 29 :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 29편 <도척(盜跖)>

지금 너는 문왕의 도를 닦고서 [今子修文武之道]

천하의 이론을 도맡아 [掌天下之辯]

후세 사람들을 가르친다고 나섰다. [以敎後世]

넓고 큰 옷에 가는 띠를 띠고 [縫衣淺帶]

헛된 말과 거짓 행동으로 [矯言僞行]

천하의 임금들을 미혹시켜 [以迷惑天下之主]

부귀를 얻으려는 것이다. [而欲求富貴焉]

도둑치고도 너보다 더 큰 도둑은 없는데, [盜莫大於子]

세상 사람들은 어째서 너를 도구(盜丘)라 부르지 않고, [天下何故不謂子爲盜丘]

반대로 나를 도척이라 부르는 것이냐. [而乃謂我爲盜跖]        

 

<도척(盜跖)>편은 크게 세 덩어리의 대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공자와 도척의 대화, 자장과 만구득의 대화, 무족과 지화의 대화입니다. 그 중에서 메인 스토리는 당연히 공자와 도척의 대화이지요. 이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중국 역사를 통틀어 가장 악독하고 무자비한 도적이 바로 도척입니다. 장자는 그를 이렇게 소개합니다. 공자에게 유하계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의 아우의 이름은 도척이라 했다. 도척은 9천명의 졸개를 거느리고 천하를 횡행하면서 제후들의 영토를 침범하여 그들을 털었다. 남의 집에 구멍을 뚫고 문을 부수고 들어가 남의 소와 말을 훔치고 남의 부녀자들을 약탈했다. 이익를 탐하느라 친척도 잊었으며, 부모형제도 돌아보지 않았고, 조상들에게 제사도 지내지 않았다. 그가 지나가는 곳에서는 큰 나라는 성을 지키고, 작은 나라는 성안으로 도망쳐 난을 피했다. 그래서 온 백성들이 괴로움을 당했다.”       

이런 엄청난 도적을 공자가 고쳐보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유하계는 위험에 닥칠지 모른다고 만류하지만 공자는 그의 말을 듣지 않고 안회에게 수레를 몰게 하고 자공을 옆에 앉힌 뒤 도척을 만나러 갑니다.


그때 도척은 태산의 남쪽에서 졸개들을 쉬게 하고, 자신은 사람의 간을 회를 쳐 먹고 있었습니다. 도척을 공자를 보자, 하대하면 노나라 위선자 공구라고 칭합니다. 그리고 돌아가지 않으면 공자의 간으로 점심반찬을 만들겠다고 협박하지요.

공자는 도척의 형 유하계와의 친분을 들먹이며 접견을 요청합니다. 공자는 자신을 겁박하는 도척을 장군이라 부르며, 만약에 도척이 의향이 있다면 도적 신분을 벗어나 강대국의 장군으로 추천하겠다고 말합니다. 그리하면 천하와 더불어 이 난세를 혁파하고, 병사들을 쉬게 하며, 형제들을 거두어 보양해주고, 다같이 조상에게 제사를 드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성인이나 재사들의 행위인 동시에 천하가 바라는 바이옵니다.”


이 말을 들은 도척은 기뻐하기는커녕 더욱더 크게 노하며 공자에게 중국의 역사를 이야기하며 왕들이란 것들은 성군까지도 결국은 다른 왕을 죽이고, 약한 자를 짓밟고, 다수가 소수를 학대하여 세상을 어지럽히는 무리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마지막으로 공자야말로 진짜 도적이라고 말하지요. 지금 너는 문왕의 도를 닦고서 천하의 이론을 도맡아 후세사람들을 가르친다고 나섰다. 넓고 큰 옷에 가는 띠를 띠고 헛된 말과 거짓 행동으로 천하의 임금들을 미혹시키어 부귀를 추구하려는 것이다. 도둑치고 너보다 더 큰 도둑은 없는데, 세상 사람들은 어찌하여 너를 도구(盜丘)라 부르지 않고, 반대로 나를 도척(盜跖)이라 부르는 것이냐!” 그리고서는 공자의 죄목을 일일이 지적하며 공자를 꼼짝 못하게 합니다.

공자는 기가 질려 부리나케 수레에 올라 도망갑니다. 나중에 친구인 유하계를 만나 자신의 실패담을 이야기하며 한탄합니다. 호랑이를 잡으려 갔다가 호랑이한테 잡아먹힐 뻔 했다면서요.      


공자만 낭폐를 당한 것이 아닙니다. 공자의 제자인 자장은 만구득을 설득하려 하다가 오히려 설득을 당하고요. 자장이 유학의 핵심인 오륜(五倫)을 들먹이며 설득하려 하자, 만구득은 공자파들이 칭송하는 인물들을 비판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요임금은 맏아들을 죽였고, 순임금은 이복동생을 귀향 보냈었는데, 멀고 친한 사람의 구별이 있는 것입니까? 탕임금은 걸왕을 내쳤고, 무왕은 주왕을 죽였는데, 귀하고 천한 신분의 기준이 있는 것입니까? 왕계는 형을 물리치고 왕위의 계승자가 되었고, 주공은 형을 죽였는데 어른과 아이의 질서가 있는 것입니까? 유학자들은 거짓된 이론을 펴고, 묵가의 사람들은 모든 사람을 다 같이 사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오륜의 분별이 있는 것입니까? 그런데도 선생께서는 명분을 바르다고 주장하고 저는 이익을 바르다고 주장하는데, 명분이고 이익이고 그 사실을 알고 보면 이치에 순응되지도 않고 도리에 합치되지도 않는 것입니다.” 공자가 도척에게 패하듯, 자장은 만구득에게 논쟁에서 패하고 맙니다.

     

한편 부를 예찬하고 부의 권능을 숭상하면서 자신의 삶에 만족이 없는 무족(无足)은 이렇게 말합니다. 마치 자본주의 예찬론과 같은데요. 부란 사람에 대하여 이롭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부는 어떠한 아름다움도 이룰 수 있고, 어떠한 권세라도 추구할 수 있으므로 이것은 지극한 사람도 미칠 수 없는 일이며, 성인도 따라갈 수 없는 일입니다. 부는 남의 용기와 능력을 빌어 위세를 떨치고 강한 힘을 발휘합니다. 남의 지혜와 계략을 이용하여 명석하게 잘 살필 수도 있습니다. 남의 덕을 근거로 하여 현명하고 어질게 행동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나라를 다스리고 있지 않아도 임금이나 아버지 같은 위엄을 지닐 수도 있습니다. 또한 음악이나 미술이나 권세와 같은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하는 것들을 배우지 않고도 즐길 수가 있습니다. 몸은 다른 물건을 빌지 않고도 편안할 수 있습니다. 탐나는 것을 얻고 싫어하는 것을 피하는 일도 스승을 기다릴 것 없이 이루어집니다. 이것이 사람의 본성입니다. 온 천하가 비록 나를 비난한다 하더라도 누가 그것을 마다할 수 있겠습니까?”      


돈이면 다 된다는 금전만능론(金錢萬能論)을 펼치는 무족의 주장에, 하늘과 땅의 조화를 는 지화(知和)는 반대로 재물로 인한 여섯 가지 피해를 열거하는데요. 욕망을 충족하면서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잊는 혼란[亂], 탐욕에 빠져 무거운 짐을 지고 오르막길로 오르는 고통[苦], 돈을 탐하니 우울해지고, 권력을 탐하니 힘이 빠지고, 조용히 있을 때는 음란에 빠지고, 몸이 편하면 주체할 줄 모르는 병[病], 욕망이 가득해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도 피할 줄 모르고 탐욕을 버리지 못하는 수치[辱], 제물이 가득해도 쓸 줄 모르고, 불안초초해하면서 끝없이 이익을 추구하는 걱정[憂], 도둑이 들지 않을까, 강도를 만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畏] 등입니다. 지화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이 여섯 가지는 천하의 지극한 피해인 것입니다. 그러나 모두들 이것을 잊고서 살필 줄 모릅니다. 그 환란이 닥쳐야만 그의 삶을 다하고 재물을 다 바쳐서라도 다만 하루의 무고한 날로라도 돌아가기를 바라지만, 그 때엔 이미 그리 될 수가 없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명예란 관점에서 추구하더라도 얻는 것이 없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자기 마음을 얽매고 자기 몸을 해치면서까지 이런 것을 다투고 있으니 또한 미혹된 일이 아니겠습니까.”      


결국 도덕과 명분으로 사회를 어지럽히고, 재물을 추구하느라 몸과 마음을 망치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매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오늘날에도 좌로는 이념과 사상을, 우로는 재물과 지위를 숭상하며 갈등을 부추기고 국민의 삶을 곤궁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념에 취해 머리가 지끈거리고, 돈에 취해 몸과 마음을 망치는 우리의 삶에 장자는 결국 무엇이 중요한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다른 시선에서 바라보고 하늘과 땅의 변화와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장자는 만구득의 입을 빌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자기 사방을 둘러보면서 적응하며 때의 변화에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옳든 그르든 간에 원만한 마음을 지켜야만 한다. 자기의 뜻을 홀로 이룩하여 도와 더불어 세상에 노닐어야 한다. 한결같이 행동하려고 애쓰지 말고, 의로움을 이룩하려 애쓰지 말라. 그러면 자기의 본성만을 잃게 될 것이다. 자기의 부를 추구하지 말 것이며, 성공하려 애쓰지 말아야 한다. 그런 행동은 자기의 천성을 버리는 결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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