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쓰기 17 : 예수 이야기

김경윤, <제정신으로 읽는 예수>(삶창, 2016)

by 김경윤

1.

<삶이 보이는 창>이 창간된 1998년부터 2016년까지 연재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18년 넘게 연재한 셈이네요. 제 인생의 기록이라면 기록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연재의 마지막을 장식한 글이 ‘제정신으로 읽는 예수 이야기’입니다. 12차례에 걸쳐서 연재한 것은 예수의 12제자를 염두에 둔 것입니다. ‘예수’라는 화두는 언젠가는 한 번 넘어야할 산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생에 한 번쯤은 꼭 써보고 싶은 글을 50이 넘어서야 쓰게 되었네요. 저 개인적으로는 매우 의미가 깊은 작업이었습니다. 그리고 <삶이 보이는 창>에 연재한 글을 삶창에서 출간하게 된 것 역시 처음 있는 일이라 감회가 깊습니다.


2.

20대에 교회를 떠난 ‘가나안 교인’으로 살다가, 40대에 다시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평소에 나를 아는 사람들은 의아해합니다. 아니 왜? 평소에 하는 말이나 행동은 전혀 교회에 다니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내가 교회를 선택한 것인지, 교회가 나를 선택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이유가 없지는 않습니다. 교회의 이념이 ‘제정신을 가지고 신앙하자’였습니다. 감리교단에서 파문당한 홍정수 목사님이 세운 이 교회는, 신앙을 위해 이성을 포기하거나, 천국을 위해 현실을 외면하는 교회가 아닌, 이성적으로 사유하며 현실 속에서 천국을 이루려는 작은 교회입니다. 고양시 행신동에 있는 동녘교회가 어느덧 30년을 맞이합니다. 30주년에 맞춰 이 책이 나와서 나로서는 영광입니다.


3.

요즘처럼 제정신으로 살아가기 힘든 세상도 없습니다. 국민적 재난에 책임을 져야할 정부는 국민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정작 개혁되어야할 재벌은 노동개혁을 외치고 있습니다. 한 농민을 물대포로 쏘아 죽게 한 경찰이 오히려 영장을 신청하는 말도 안 되는 사태가 백주대낮에 버젓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21세기를 맞이해야할 나라가 조선왕조로 퇴행하고 있습니다. 기독교계는 사정이 더 나쁩니다. 가난한 자, 갇힌 자, 소외된 자와 함께 하는 예수정신은 점점 사라지고, 교회의 성장과 교인의 성공을 염원하고, 외형적 화려함과 형식적 새련됨만 추구하는 모습은 예수 당시 예루살렘 성전과 다를 바 없습니다. 자본주의적 이념에 맞서야할 기독교가 자본주의의 첨병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실로 제정신이 아닙니다.


4.

이 책의 제목으로 <제정신으로 읽는 예수>라 정했습니다. 그저 믿는 것이 아니라,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의심하고, 질문하고, 성찰하는 과정을 통해 예수를 만나고 싶었습니다. 이성적 사유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매력적인 예수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인문학적 관점으로 예수를 만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교회에 갇힌 예수가 아니라, 교회벽을 부수고 뚜벅뚜벅 걸어가는 예수를 만날 수 있습니다.


5.

이 책에 소개된 예수가 교회를 다니는 사람에게는 도전이, 교회를 떠난 사람에게는 위로가, 예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기회가, 불교인에게는 도반이, 무신론자들에게는 대화상대자가 되길 바랍니다. 특히 이 책을 젊은 사람들이 많이 읽기를 기대합니다. 선입견이나 편견 없이 예수를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짧지 않은 인생을 걸고 말하지만, 예수만큼 매력적인 인물을 만나기가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 자, 여러분에게 내 친구 예수를 소개합니다.


2016년 가을 일산에서

김경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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